March / April / 2025

두바이, 사막의 유산 위에 그리는 새로운 미래

두바이는 2070년 미래도시를 향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통문화유산 위에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세계와 소통하며 다채롭게 변모하고 있는 두바이를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석유가 있었고, 그다음에 두바이가 있었다. 우리는 흔히 두바이가 단 몇십 년 만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생겨난 도시, 태양과 모래 그리고 슈퍼 카로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라비아만의 염수 수로를 따라 전략적으로 자리 잡은 두바이는 오랫동안 중요한 무역 중심지였다.

두바이를 빙산에 비유해 보자. 수면 위로 보이는 화려함과 석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두바이’의 매력은 이 도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바탕에는 자유무역항으로서의 두바이, 즉 창고들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거대한 물류 허브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상품뿐 아니라 사람, 문화, 아이디어까지 수출입된다. 두바이를 방문한다면 아래 장소들을 찾아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미래박물관 입구 전경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의 역사를 전시하는 에티하드 뮤지엄
엑스포 시티 두바이 내 알 와슬 플라자

에티하드 뮤지엄
미래박물관

과거로부터의 유산

최근 몇 년 동안 두바이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점점 과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발굴하며, 사막과 산, 바다에서 비롯된 토착 공예, 무형유산 그리고 전통 생활 방식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다. 상업 문화, 유목 생활, 해양 활동과 깊이 연결돼 있는 이러한 요소들은 지금의 두바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18세기 이후 이 지역을 형성하면서도 억압해 온 영국 식민 통치의 흔적을 되짚어보려는 탈식민주의적 관점과 맞물려 있다. 지속가능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시도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중심으로 한 예술은 그것이 탄생한 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두바이 탐방을 시작하려면 먼저 모든 것이 시작된 곳, 두바이 크리크로 향하자. 역사적인 가옥들이 자리한 알 신다그하 역사 지구는 22개의 전시관이 펼쳐진 인상적인 공간이다. 한때 도시의 생명 줄이었던 진주 채취업과 전통 의학을 전시한 공간을 둘러보고, 특히 향수의 집 전시관을 놓치지 말자. 이곳에서는 고대 에미라티 향수의 제작 기술과 더불어 이 향수가 문화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관람을 마쳤다면 아라비안 티하우스에서 에미라티 요리를 맛보며 휴식을 취한 뒤 나무로 만든 전통 수상택시인 ‘아브라’를 타고 강을 건너 향신료, 금, 향수 시장을 탐방해 보자.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과거 유산에 대한 관심은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하는 작업에서 특히 흥미롭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르드 컬렉티브의 ‘데이트폼’은 대추 산업에서 버려지는 대추 씨앗으로 단단한 표면용 소재로 재활용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이 소재는 구운 대추 푸딩 같은 풍부한 향이 나며, 두바이에서 가장 세련된 친환경 레스토랑들의 카운터와 테이블을 장식할뿐더러 다양한 제품에 영감을 주고 있다. 또한 리나 갈리브의 ‘플라이팜’은 버려지는 야자나무 잎줄기를 재활용 하드우드로 변환해 가구와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알세르칼 애비뉴는 공장지대를 재생해 조성한 예술 문화 거리다.
중동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아트 두바이>
Art Dubai Digital 2024 ⓒ Ribeiro for Getty Images
알 신다그하 역사 지구에서 열린 <2025 시카 아트 & 디자인 페스티벌> 전경

오늘의 디자인

도시가 확장 되면서 두바이 크리크의 흐름 역시 확대 되었다. 크리크 상류의 자다프 지구에 위치한 자밀 아트 센터는 현대 예술과 담론을 위한 고요하고 미니멀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도 예술가들은 자연환경과 긴밀하게 소통한다. 매년 다른 아티스트들이 기획하는 ‘예술가 정원’ 시리즈뿐 아니라 워터프런트 조각 공원,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로컬푸드 및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 ‘테이블’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미술관급 전시들이다. 중동지역을 포함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두바이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이 도시를 고향이라 부르는 이들의 다채로운 문화를 담아낸다.

만약 4월에 두바이를 방문한다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가 있다. 바로 〈아트 두바이〉(4월 18~20일). 이 행사는 이제 중동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모던 섹션과 바와바 섹션은 주목할 만한데, 모던 섹션에서는 이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근현대 걸작들을 선보인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제작된 작품들만을 엄선해 전시하는 바와바 혹은 게이트웨이 섹션도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한편 두바이의 요즘 문화와 크리에이티브한 현장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알세르칼 애비뉴로 향하자. 이곳은 상하이의 M50이나 싱가포르의 길먼 배럭스와 비견할 만한 리모델링된 창고 복합단지로, 거칠고 산업화된 미감이 돋보인다. 이곳에는 두바이의 가장 중요한 갤러리들, 카페, 콘셉트스토어, 빈티지 및 희귀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이 있고, 걸프 지역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인 시네마 아킬도 찾아볼 수 있다. 알세르칼 애비뉴의 프로그램은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데 주력한다.


2022년 개관한 미래박물관은 5개 층에 걸쳐 체험형 전시를 선보인다.

미래를 디자인하다

미래는 어떨까? 여기서부터 우리는 SF 영화 속으로 들어가 2026년부터 운행한다고 하는 드론 택시에 대해 파고든다.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마치 게임 같은 체험형 전시로 제시되는데, 정부와 예술가들이 AI, 혼합 현실,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을 수용한 과정을 살펴보며 그들의 열정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곳은 두바이 프레임이다. 거대한 사진 액자 모양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래에는 모든 것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집단적 낙관론이며, 오히려 과거야말로 불확실하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논란 없는 미래는 두바이의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에게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그래서 창작자들은 과거로 돌아가 미래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탈랄 알 나자르는 이렇게 설명한다. “두바이의 현대미술 신에서 ‘미래성(futurity)’이라는 개념은 2010년대에 절정을 이뤘으며, 2020년대에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향수(nostalgia)’와 얽히면서 부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바이에서 미래성은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현대의 상황을 역사 그리고 도래할 미래와 조화할 수 있을까요?”

  • 라헬 아이마는 두바이 출신의 작가, 편집자, 비평가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아트포럼〉, 〈아트 인 아메리카〉, 〈아트뉴스〉 등 다양한 저널 및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25년 ‘현대 아트랩 에디토리얼 펠로십’의 어드바이저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다.

24 Hours in Dubai

두바이의 아트 신이 궁금하다면, 이 다섯 곳은 들러보길 권한다.

에티하드 뮤지엄

현대 건축물의 보고로 알려진 두바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 건축 디자인과 MI 디자인이 인상적인 곳으로 일곱 개의 에미리트(토후국)로 이루어진 UAE의 역사를 알 수 있고, 특별한 건축 공간을 경험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과 아랍 전통 천막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디자인은 과거(전통)와 미래의 조화를 표현한다.

  • etihadmuseum.dubaiculture.gov.ae

XVA 갤러리

XVA 갤러리는 두바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 중 하나로 규모는 작지만 지역 예술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두바이의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인 알 파히디 역사 지구에 자리한 이곳은 2003년 개관한 이후 중동,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의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갤러리와 더불어 부티크 호텔과 카페도 유명한데, 전통적인 아라비안 마즐리스(내부 마당이 있는 고전적인 아랍 건축 스타일)를 유지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 xvagallery.com

마즐리스 갤러리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 미술 갤러리. 알 파히디 역사 지구에 위치하며 1989년 설립됐다. 설립자 앨리슨 콜린스는 1976년 두바이에 처음 방문했을 때, 알 파히디 역사 지구의 매력적인 전통 건축에 반해 이곳에 정착했다. 이후 자신의 집을 예술가와 문화 애호가가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아랍의 고유한 건축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갤러리로 내부는 마당이 있는 전통적인 마즐리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

  • themajlisgallery.com

더 코트야드

더 코트야드는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이다. 샤카예트 & 다라우시 부부는 1990년대 당시 두바이에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여겼고, 이러한 결핍을 채우고자 1998년에 설립했다. 부부는 버려진 자재를 활용해 가구와 친환경 장식물을 만들어 거리를 조성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은 지역 예술가와 문화 애호가가 모이는 창조적 허브로 발전했다.

  • courtyard-uae.com

시네마 아킬

중동 최초의 독립 영화관. 세계 각국의 예술 영화, 다큐멘터리, 클래식 영화, 인디 영화 등을 상영한다. 2014년 노마딕 시네마 형태로 시작해 지금까지 두바이, 아부다비, 샤르자에서 60회 이상의 팝업 시네마를 개최했다. 2018년 9월, 알세르칼 애비뉴에 첫 번째 상설 영화관을 열었으며, 이로써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에서 최초의 아트하우스 시네마가 됐다.

  • cinemaakil.com
  • 글. 라헬 아이마
  • 사진. 임학현
  •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직항 편을 주 7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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