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 April / 2025

허드슨 강 위의 창의적 쉼터, 리틀 아일랜드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 남서쪽에 위치한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 이곳은 예술, 자연 그리고 시민 커뮤니티가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공원이자 뉴욕 여행자의 새로운 필수 코스다.

뉴욕 맨해튼 남단 워터프런트 지역을 위한 녹지로 조성된 리틀 아일랜드는 시민들에게 쉼터와 문화를 제공한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그린 허브

리틀 아일랜드가 위치한 허드슨리버파크는 미국 초기 식민지 시절 인디언 부족인 레나페족의 거주지로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곳이다. 이곳은 19~20세기에 워터프런트 항구로 발전해, 1910년부터 1935년까지 피어 54로 불리며 대서양 횡단 정기선의 주요 출발지가 됐다. 이후 항구 기능을 잃고 방치됐다가 1998년부터는 허드슨리버파크의 일부로 편입돼 야외 행사와 콘서트 장소로 활용됐다. 그러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자 허드슨리버파크 트러스트는 배리 딜러와 그의 아내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가 설립한 딜러–폰 퍼스텐버그 가족 재단의 자금 지원으로 피어 54 재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적 공유공간 피어 55를 계획했다. 그리고 2021년, 리틀 아일랜드가 탄생했다.

뉴욕은 기본적으로 녹지가 부족하다. 뉴욕의 미드타운과 업타운은 센트럴파크라는 큰 규모의 공원이 있어, 도심 속 드넓은 녹지공간을 만끽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언제나 항구였고 많은 화물을 운송하던 허드슨강 남단 워터프런트 지역은 녹지가 거의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거대한 녹지를 조성해서 사람들에게 위안과 문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정말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공원

2013년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당시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서 ‘씨앗 대성당’으로 엑스포 최고상을 수상하고, 이어서 2012년 런던올림픽 성화대, 런던의 상징인 빨간색 루트마스터 이층버스 등 중요한 공공 프로젝트에 선정되던 때였다. 그야말로 “헤더윅이 누구야?” 하는 이야기들이 글로벌에서 오가며 디자인계의 샛별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뉴욕시와 허드슨리버파크트러스트는 새로 조성될 부두에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공공 야외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새로운 생각과 창의력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시대, 토마스 헤더윅을 주축으로 하는 스튜디오의 접근은 매우 남달랐다. 이들은 피어 54에 남아 있는 수백 개의 오래된 구조용 나무말뚝을 활용해 새로운 부두를 설계하는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그리고 ‘아럽’이라는 구조 회사와 함께 3D 스크립트를 사용해 공원에 독특한 화분 모양을 한 기하학적인 구조를 만들어냈다. 나무말뚝 사이로는 267개의 콘크리트 파일을 만드는 동시에 공원의 표면 구조를 구성하는 4~6개의 콘크리트 꽃잎으로 완성된 ‘튤립 화분’을 설치한 것. 개당 최대 75톤의 무게가 나가는 것으로 기록돼 있는 총 132개 화분은 각기 다른 형태로 제작됐고, 이들 화분을 포함해 공원 전체에 350종 이상의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심어 일종의 ‘보타닉 아트 인스톨레이션’을 완성했다.

한편 지속 가능한 공공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 즉 주어진 공간과 예산으로 무엇을 만들지, 또 어떤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운영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리틀 아일랜드의 경우 건축가가 선정된 2013년부터 시민 프로그램 개발을 동시에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5월 21일 뉴욕 시민들에게 처음 문을 활짝 열던 날부터 지금까지, 방문객들은 약 8094m2가 넘는 넓은 공간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전망을 감상하고, 독창적인 건축물을 체험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공연을 즐기는 특별한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차를 타고 허드슨 강변을 지나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리틀 아일랜드는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공원으로 누구나 그 산책에 동참하게 된다.

Places to Explore Around Little Island

프린티드 매터 아이엔시(Printed Matter, Inc.)

아트북, 엽서, 팬 잡지, 각종 잡지 등 영감을 주는 다양한 출판물이 가득한 서점으로 예술과 출판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라면 들러보자.

  • printedmatter.org

디아 첼시(Dia Chelsea)

믿고 보는 셀렉션을 제공하는 디아 아트 재단 갤러리의 첼시 지점. 오래된 뉴욕 건물의 거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건물에서는 명상하듯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diaart.org

하이라인(High Line)

1930년대에 지어진 산업 유산인 고가철도를 재활용해 만든 뉴욕의 관광 명소이자 시민들이 사랑하는 산책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하며, 총 2.33km에 이른다. 걷는 동안 멋진 도시 풍경과 공공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thehighline.org

피어 57(Pier 57)

리틀 아일랜드를 감상할 수 있는 항구. 피어 57의 옥상 공원에서 리틀 아일랜드와 허드슨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본 건물에 위치한 마켓 57에서는 다양한 지역 음식으로 여행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

  • pier57nyc.com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미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현대 미술관. 하이라인, 첼시 마켓 등 주변 지역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건축물로, 2만 50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whitney.org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헤더윅의 인간적인 건축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토마스 헤더윅의 행보는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런던 산업혁명의 중요 장소인 킹스크로스에 있는 ‘콜 드롭스 야드’가 재생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2018년 개관했고, 구글 영국 본사도 2025년 말 완공 예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근대를 대표하는 ‘올림피아 런던’의 마스터플랜도 올해 연말에 공개를 계획 중이다.특별히 올해는 헤더윅이 총감독을 맡은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그가 말하는 ‘인간적인 건축’을 주제로 한 대형 전시를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세계적으로 이끌고 있는 ‘휴머나이즈’ 캠페인의 정신이 녹아 있는 행사로 한국 및 국제적인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다양한 예술가 20팀이 함께 만드는 전시다. 또한 2024년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에 선정된 헤더윅의 ‘SOUNDSCAPE(소리풍경)’ 프로젝트도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헤더윅의 한국 방문이 잦아진 만큼 한국의 지역 문화와 풍경에 대한 그의 이해가 더욱 깊어져 이번 프로젝트에 잘 녹아들길 기대해 본다.

  • 이지윤은 숨프로젝트 대표이자 큐레이터이다. 2023년 문화역 서울284에서 열린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전을 기획했으며, 2025년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과 함께 메인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디렉터이다.
  • 글. 이지윤
  • 사진. 티모시 생크
  • 대한항공은 인천—뉴욕
    직항 편을 주 14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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