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 진정성의 세계
대중문화를 통해 사회에 답하는 정덕현 평론가가 바라보는 K-드라마의 오늘
바야흐로 스포츠 예능의 전성시대다. 축구와 야구는 물론이고 배구, 농구,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각종 스포츠가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웃음과 캐릭터, 연출적 장치로 완충되던 예능의 문법 대신, 이 장르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실패와 체력의 한계, 그리고 승부욕이다. 스포츠 예능이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출이 개입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발생하고, 그 순간이야말로 시청자가 믿게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골 때리는 녀석들-레전드 한일전〉, 치열한 자존심 대결 한 판
이건 마치 2002년 월드컵의 장면들을 현재로 소환한 것만 같다. 이영표가 상대 팀 선수를 특유의 헛다리 짚기로 제치고 볼을 문전에 올리면 이동국과 설기현이 받아 슈팅한다. 구자철, 이근호의 날카로운 공격과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 그리고 골키퍼 김영광의 철벽 수비도 관객들을 열광하게 한다.
상대인 일본팀도 만만찮다. AC 밀란에서 뛰었던 아시아 월드컵 최다 득점자인 혼다 케이스케는 특유의 키핑 능력과 왼발 슈팅으로 우리의 수비진을 위협하며 J리그 득점왕 출신 사토 히사토는 날카로운 태클로 슈팅을 저지한다.
〈골 때리는 녀석들-레전드 한일전〉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세계관 위에 서 있는 스핀오프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한일전이, 그녀들의 감독인 레전드 선수들이 펼치는 한일전으로 확장된 것이다. 풋살이라는 작은 코트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들은 예능이 개입할 수 없는 스포츠의 본질을 드러내며,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오래된 수사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야구여왕〉, 레전드 여성 선출들이 도전하는 야구의 세계
실전 경기와 훈련을 통해 아마추어 여성 선수들이 팀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 나가는 도전을 담는다.
© Channel A
〈골 때리는 그녀들〉이 여성 스포츠 예능의 새 장을 연 이래, 스포츠의 주변부에서 응원하거나 보조하던 역할에 머물던 여성들이 이제는 그라운드의 주인이 되어 승부의 세계에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야구여왕〉은 특히 여성들에게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야구에 도전장을 내민 여성 스포츠 예능이다. 단장 박세리, 감독 추신수 체제하에 블랙퀸즈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팀에는 핸드볼의 김온아를 주장으로 축구의 신소정, 육상의 김민지, 복싱의 최현미, 리듬체조의 신수지 같은 국대급 레전드 여성 선수들이 모였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는 레전드지만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야구에서는 병아리 중의 병아리다. 과연 이들은 이 새로운 도전에서 이름값에 걸맞은 성장 드라마를 그려낼 수 있을까.
〈야구여왕〉의 묘미는 야구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블랙퀸즈 선수들이 레전드와 언더독을 오가는 과정에 있다. 핸드볼을 던지던 손이 야구공을 던지고, 테니스볼을 치던 손에 야구배트가 쥐어지며, 단거리달리기를 하던 발이 주루를 한다.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야구에는 아직 젬병이라 굴욕적인 패배도 당한다. 하지만 지옥 훈련을 견뎌내는 레전드들의 근성은 시련을 환희로 바꾸는 결과로도 나타난다. 승패의 결과보다 성장 과정 자체가 바로 스포츠의 진짜 재미일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이다.
〈극한84〉, 러닝 욕구 촉발하는 극한의 마라톤 도전
기안84가 42.195킬로미터를 넘어서는 상상 초월의 코스에 뛰어들어, 극한의 러닝 환경 속에서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하는 과정을 담은 초극한 러닝 관찰 예능
© MBC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는 어찌 보면 단조로워 보인다. 그저 한없이 42.195킬로미터를 달려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종목이 스포츠 예능의 소재가 될까 싶지만, 〈극한84〉는 그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극한84〉는 기안84의 마라톤 도전기다. 〈나 혼자 산다〉나 개인 채널을 통해 기안84가 달리기에 진심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극한84〉는 이 진심을 프로그램으로 가져와 크루를 결성하고 이들과 함께 해외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극한84〉가 소개하는 마라톤은 이색적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빅5 마라톤’은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며 황야와 업힐 등 극한의 지형을 달리는 트레일 마라톤이고,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메독 마라톤은 유명 와이너리를 끼고 달리며 와인을 맘껏 마실 수 있는 축제 같은 마라톤이다. 반면 북극에서 열리는 폴라서클 마라톤은 혹한의 추위와 미끄러운 얼음 위를 달려야 하는 극한의 마라톤이다. 기안84가 크루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스펙터클한 눈 호강 여행의 묘미도 빠지지 않는다. 보다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고, 또 그 낯선 곳에서 달리고 싶어지는 욕구를 자극하는 스포츠 예능이다.
이제 예능은 리얼리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그것이 진짜냐 아니냐가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다시 말해, 스포츠 예능의 진정성은 ‘잘 만들어진 감동’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카메라 앞에 놓이는 순간에서 발생한다. 스포츠 예능만큼 직구의 진심으로 승부하는 세계가 있을까. 다소 찌뿌둥한 기분이 든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자극하는 이 진심의 세계에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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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은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기고, 방송, 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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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PREVIEW
모범택시 3
법과 제도가 외면한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수행하는 비밀 조직 ‘무지개 운수’의 활약을 그린 사적 복수 대행극 〈모범택시〉가 새로운 사건을 가지고 시즌 3로 돌아왔다. 겉으로는 평범한 택시회사인 이곳 무지개 운수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를 중심으로 치밀한 복수 작전이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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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핵심은 인재다. 1부 ‘공대에 미친 중국’은 공학 인재를 조기 선발해 집중 육성하며 과학자를 대우하는 중국의 인재 시스템을 조명한다. 2부 ‘의대에 미친 한국’에서는 인재 구조의 불균형이 국가 경쟁력에 어떤 위기를 초래하는지 짚는다.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국민 가수이자 ‘가왕’ 조용필이 쌓아온 시간의 궤적을 하나의 무대로 되짚는다. 무대 위 순간들은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한 시대의 감정과 기억을 함께 품어왔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축적해 온 한국 대중문화의 살아 있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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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범죄 수사 드라마 NCIS의 스핀오프 작품. 과거 NCIS 팀의 핵심 인물이었던 토니 디노조(마이클 웨덜리)와 지바 다비드(코트 드 파블로)가 다시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폴 자금을 탈취하고 토니를 범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슈퍼맨 앤 로이스 시즌 4
DC 코믹스 원작 슈퍼히어로 드라마.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의 가족 서사가 중심에 놓인다. 변이된 비자로가 ‘둠스데이’로 진화하며 슈퍼맨과의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고, 렉스 루터는 켄트 가족의 삶의 터전인 매닝 농장을 둘러싼 새로운 음모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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