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 April 2026 (Vol. 50 No. 02)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현상

‘케이(K)’는 대세다. ‘국뽕’이 아니다. K-팝, K-뷰티, K-푸드 등. K는 마치 운명처럼 이곳저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K-팝으로 한정해 그 어떤 K도 이보다 더 거대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얘기다.

케이팝은 장르가 아니다

케이팝에 대한 오해가 있다. 케이팝을 하나의 장르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케이팝은 장르가 아니다. 무엇보다 장르로 보기에 케이팝에는 ‘너무 많은’ 장르가 뒤섞였다. 팝이 있고, 알앤비가 있다. 록 비트를 적극 시도하는 케이팝 가수나 밴드도 많다. 일렉트로닉과 힙합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케이팝 전문 작곡가의 증언을 듣는다. “케이팝은 다른 어떤 음악보다 하나의 곡 안에 다채로운 요소를 지니고 있다. 미국 스튜디오는 단순 반복을 요구하는 반면 케이팝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흥미롭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케이팝은 장르가 아니다. 케이팝은 음악, 안무, 패션, 강력한 팬덤 기반 비즈니스 등을 더하고 섞은 값이다. 따라서 그것은 종합예술이자 복합적인 음악 사업에 가깝다. 물론 케이팝이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 패턴화된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기본 샘플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보면 케이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음에도 사운드 측면에서 이제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형화됐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대세가 되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케이팝이 가져온 큰 변화가 여기에 있다. 소수의 음악가가 창작을 맡은 과거와 달리 케이팝은 음악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블록처럼 하나둘 조립한다. 바탕이 되는 비트 만들기는 대개 북유럽 작곡가의 몫이다. 이 분야 세계 톱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북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대중음악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국가 차원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램을 깔고 비트를 찍는 정식 수업을 운영한다. 그러니까, 핵심은 이렇다. 몇 년 전부터 케이팝은 이미 더 큰 존재가 될 준비를 완전히 끝마친 상태였다. 단지 마니아만이 아닌 보편적인 의미에서 전 세계 대중을 상대할 날이 조만간 올 것이 분명했다.

© Universal Music Group

또 다른 ‘K’의 등장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등장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을 평정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가히 경이로운 기록 제조기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횟수를 갈아치웠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쏟아냈다. ‘Golden’은 애니메이션 주제가 차원을 넘어 2025년 최고 히트곡 중 하나다. 세 명의 주인공은 화려한 무대 위의 아이돌인 동시에 어둠 속에서 악마를 사냥하는 헌터다. ‘Golden’은 이 이중적인 정체성을 관통하는 핵심 메타포로 작용한다. 이 곡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최근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주제가 부문 수상이라는 성과를 더했다. 유력한 수상 후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었고, 결과 역시 그 기대를 증명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미 벌어진 사건이다. “한국산이네 아니네” 따져봤자 아무 의미 없다.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기획하고, 경영해야 한다. 모두가 K-팝이 음악을 넘어 관광, 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안다.

© Netflix

배순탁이 추천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

Golden

곡의 구조는 전형적인 케이팝의 역동성을 따른다. 도입부의 묵직한 베이스 루프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신시사이저는 ‘Golden’이 상징하는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체감하게 한다. 압권은 후반부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한국 전통 악기 샘플링은 팀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면서 현대적인 비트와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청각적 쾌감이 극대화된다. 가사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제 숨지 않아, 난 원래 빛날 사람이었으니까”라는 구절은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완성된 케이팝 스타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Golden’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박제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갈고닦아 어둠을 베어내는 빛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 곡은 영화의 서사를 완성하는 최후의 조각이자 케이팝이 세계를 매료한 바로 그 이유를 증명한다.

Your Idol

‘Golden’과 달리 ‘Your Idol’은 케이팝의 ‘완벽하게 설계된 이미지’를 극단적인 팝 사운드로 추구한 곡이다. 헌트릭스의 ‘Golden’이 거친 투쟁의 빛이라면 이 곡은 매끄럽게 가공된 대리석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다. 중독적인 신시사이저와 절제된 리듬으로 듣는 이를 단숨에 압도하면서 “나는 너의 우상(Idol)이자 거울”이라는 가사를 통해 스타와 팬 사이의 기묘한 권력 관계를 암시한다. 세련된 미니멀리즘 속 감춰진 서늘한 야심은 이 곡을 단순한 댄스곡 이상의 심리적 장치로 격상한다. 감정을 배제한 듯한 보컬 프로세싱도 빼놓을 수 없다. 사자보이즈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How It’s Done

‘How It’s Done’은 제목 그대로 실력을 결과로 증명하는 이들의 자신감을 거침없는 힙합 비트에 담아낸 곡이다. 영화 초반 헌터들의 훈련 시퀀스와 맞물리며 흐르는 이 트랙은 케이팝 특유의 ‘성장 서사’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거친 톤의 베이스와 날카로운 하이햇 사운드는 곡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래핑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헌터들의 완벽한 합을 소리로 구체화한다. 곡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정도가 될 것이다. 즉, 이 곡에서 헌트릭스는 단순한 자아도취를 넘어 땀과 눈물로 빚어낸 실력만이 유일한 생존 무기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름 아닌 케이팝이 그렇다.


PREVIEW

© THEBLACKL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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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DAY PROJECT, ALLDAY PROJECT

저지 클럽부터 아프로비트, 힙합까지 폭넓은 사운드를 가로지르며, 유닛과 솔로 트랙으로도 각자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올데이프로젝트의 동명 EP. 5인조 혼성 그룹이라는 기성 그룹과는 다른 등장 서사 속에서 때로는 완전체로, 때로는 유닛 혹은 솔로로 구성된 앨범이 팀의 스펙트럼과 확장 가능성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TAEYEON, Panorama: The Best of TAEYEON

2015년 ‘아이’를 통해 솔로로 데뷔한 태연의 10년 궤적을 한 장에 담은 기념비적인 앨범. 발라드부터 팝, R&B까지 폭넓은 장르를 통해 축적된 감정의 스펙트럼이 태연이라는 아티스트의 성장 곡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타이틀곡 ‘인사’는 팝 록 사운드 위에 지난 시간과 다가올 날들에 대한 작별과 환영 인사를 동시에 건네며 태연의 현재를 단정하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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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ie J, Don’t Tease Me with a Good Time

지난 10여 년간 겪어온 감정의 고저를 솔직하게 응시하며, 상실과 회복의 순간들을 촘촘히 포착한 제시 제이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유방암 초기 진단과 수술을 겪는 과정을 포함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완성한 이 앨범은 보컬리스트 제시 제이의 현재를 진솔하게 드러낸다.

Gen Hoshino, いきど まり/Dead End

‘막다른 길’이라는 제목처럼, 절제된 편곡 위에 놓인 호시노 겐 특유의 담담한 보컬이 삶의 균열을 과장 없이 포착한다.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편성을 통해, 자신의 백보컬을 겹겹이 쌓아 감정을 확장하는 호시노 겐만의 음악적 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Universal Music Group

Simon Franglen, Avatar: Fire and Ash Soundtrack

〈아바타: 불과 재〉의 스코어 중심 사운드트랙.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정교한 테마 변주를 통해 몰입감 높은 서사를 음악적으로 완성한다. 엔딩곡 ‘드림 애즈 원’은 마일리 사이러스의 목소리로 사랑이 가장 단단해지는 순간은 같은 꿈을 꿀 때라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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