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 December 2026 (Vol. 50 No. 06)

© Iwan Baan

산업의 시간이 예술의 풍경으로, 루마 아를

한때 기관차와 철도 차량을 만들던 아를의 거대한 산업부지가 오늘날 예술과 건축,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지구로 다시 태어났다. 프랭크 게리의 더 타워와 바스 스메츠가 설계한 공원을 중심으로, 루마 아를은 도시의 오래된 산업 유산에 새로운 시간과 풍경을 더하고 있다.

아를 원형경기장과 오래된 시가지 너머로 프랭크 게리의 ‘더 타워’가 솟아 있다.56m 높이의 타워는 역사 도시 아를의 스카이라인에 새로운 풍경을 더한다.
Image courtesy of Luma Arles © Photography by Adrian Deweerdt

더 타워 내부 공간과 아트리움. 오른쪽에는 카르스텐 횔러의 슬라이드 작품이 보인다.
© Iwan Baan

버려진 철도 공장에서 문화지구로

‘아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투우와 로마 유적, 반 고흐, 국제 사진 축제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아를의 근대사를 이야기할 때 철도를 빼놓을 수 없다. ‘파르크 데 아틀리에’는 과거 기관차와 철도 차량 공장 부지로 오랫동안 도시의 최대 고용처였다. 1844년부터 1856년 사이 처음 조성되고 19세기 말 확장된 이곳은 192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1800명 넘는 사람들이 일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하기 시작해 1984년 문을 닫았다. 이후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산업부지는 오늘날 루마 아를 재단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약회사 로슈 가문의 상속인인 마야 호프만이 설립한 루마 아를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파르크 데 아틀리에에 단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점차 근현대 미술 전시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디자인 소재 연구, 워크숍과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카페와 레스토랑을 갖춘 문화지구로 확장됐다.

문화공간으로 가장 먼저 복원된 건물은 부지에서 가장 큰 라 그랑드 알이다. 파리의 모아티 & 리비에르 건축사무소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리노베이션을 맡아 기존 산업 건물을 되살리는 한편, 이곳에서 일했던 금속 노동자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철제 메시 구조를 더해 상징성을 갖췄다. 이후 셀도르프 아키텍츠 건축사무소는 나머지 역사적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조했다. 일부 건물은 지붕을 걷어내고 식재가 어우러진 야외 공간으로 바꿨다.


아를의 하늘을 바꾼 더 타워

아를의 하늘로 56m 높이 솟아오른 ‘더 타워’는 올해 작고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축물로 2021년에 완공됐다. 꼭대기 전망 테라스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카마르그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석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콘크리트 패널과 빛을 반사하는 블록 형태의 스테인리스 픽셀이 외관을 이루며, 수 km 밖에서도 눈에 띄는 강렬한 이정표가 된다. 해 질 무렵이면 금속 표면은 분홍빛과 복숭앗빛으로 반짝이는데, 게리는 이 모습을 반 고흐가 아를에서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에 비유했다.

거대한 원형 유리 홀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저층부의 비교적 아담한 전시 공간에서 상부의 대형 갤러리와 회원 공간, 정상의 전망 테라스까지 이어진다. 건축 곳곳에는 장소 특정적 작품이 설치돼 있다. 구정아의 스케이트 파크, 레바논 출신 시인이자 화가인 에텔 아드난의 벽화, 높은 입구 아트리움에 설치된 벨기에 개념 미술가 카르스텐 횔러의 슬라이드 작품 두 점 등이 대표적이다.

게리의 더 타워는 역사 도시 아를의 맥락에서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지어진 석조 건물이 주를 이루는 도시 풍경 속에서 지나치게 화려하고 공격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강렬한 시각적 존재감은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까지 루마 아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산업부지에 자연을 되돌리다

벨기에 조경가 바스 스메츠가 설계한 공원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루마 아를로 끌어들인다. 이 공원은 건물이 밀집한 아를 도심에 부족했던 넓은 녹지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큰 도전이었다. 기반암이 드러날 정도로 깎여 있던 부지는 토양도 물도 거의 없는 반사막 상태였다. 스메츠는 자연이 이곳을 어떻게 회복시킬지를 상상하며 파르크 데 아틀리에의 재야생화를 시도했다.

강한 프로방스 바람인 미스트랄이 퇴적물을 쓸어와 쌓은 듯한 모래언덕 지형을 만들고, 카마르그 습지와 건조한 알필의 삼림, 크로 평원의 점토와 자갈 지형 등 세 가지 지역 생태 환경을 공원에 구현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공원의 역할을 고려해 넓은 잔디밭도 조성했다. 남쪽으로 약 4m 높아지는 지형을 만들어 멀리 있는 나무까지 공원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했다. 인근에 흐르는 16세기 관개수로 덕분에 이 녹색 오아시스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스메츠는 이 공원을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낮추는 일종의 ‘테크노 네이처’로 설명한다. 이 공원은 루마 아를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이 머무는 장소로 만드는 데 막대한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문화시설과 공원이 결합된 풍경은 오늘날 문화, 여가, 관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아를의 탈산업적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글. 앤드루 에이어스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대표 저서로 파리의 건축과 도시 공간을 다룬 〈The Architecture of Paris〉가 있으며, 〈The Architectural Review〉, 〈Numéro〉, 〈PIN–UP Magazine〉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써왔다. 현재 〈PIN–UP Magazine〉의 시니어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LUMA Arles

아를 원형경기장

고대부터 중요한 교역 거점이었던 아를은 기원전 46년 로마 식민도시가 된 뒤 갈리아 나르보넨시스 지방의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유산이 거대한 원형경기장이다. 서기 1세기 말 세워진 이 경기장은 검투사 경기 등을 위해 최대 약 2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투우 경기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아를 박물관

19세기 프로방스의 저명한 시인 프레데리크 미스트랄이 설립한 박물관이다. 처음에는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민속학 박물관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론 지역의 역사뿐 아니라 박물관학의 역사까지 폭넓게 다룬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쳤으며, 아를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장식한 인상적인 계단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우환 아를

파리와 뉴욕,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 작가 이우환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 위해 2022년 문을 연 공간이다.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지어진 저택에 자리하며, 작가의 오랜 친구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노베이션을 맡았다.

  • leeufan-arles.org

생트로핌 대성당

중세 아를을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이며,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12세기 정문 조각과 아름다운 회랑으로 특히 유명하다.

알리스캉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또 하나의 명소. 로마 지배기인 4세기경 형성된 거대한 기독교 묘지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구역이다. 사이프레스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로마시대의 석관과 중세의 생토노레 교회를 만날 수 있다. 고요하면서도 쓸쓸한 낭만이 감도는 분위기가 이곳의 매력이다.

글. 앤드루 에이어스
사진. 에이드리언 드베르트

  • 대한항공은 인천 — 파리 직항 편을 주 6회 운항하며, 파리에서 아를까지는 열차를 이용해 약 4시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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