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 December 2026 (Vol. 50 No. 06)

디바의 조건, 휘트니 휴스턴

천부적인 보컬이 탄생하다

각 시대마다 당대를 호령하던 가수가 있었다. 우리는 그중 압도적 가창력으로 대중을 설득한 여성 가수를 ‘디바’라고 부른다. 디바들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부터다.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옹, 토니 브랙스턴. 그리고 무엇보다 1980년대부터 이미 슈퍼스타였던 휘트니 휴스턴이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 휘트니 휴스턴을 영화 〈보디가드〉(1992)의 주제가 ‘I Will Always Love You’로 기억한다. 그러나 휘트니로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머라이어 캐리 이전의 머라이어 캐리였다. 셀린 디옹 이전의 셀린 디옹이었다. 차트 성적이 증명한다. 휘트니가 빌보드차트에 처음 이름을 올린 해는 1984년이었다. 불과 1년이 지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그녀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일곱 곡 연속으로 발표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불멸의 대기록이다.

1963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휘트니는 스펙부터 남달랐다. R&B 가수 시시 휴스턴의 딸이었고 시대를 풍미한 여가수 디온 워릭은 그녀의 사촌이었다. 시시의 경우 백업 보컬리스트로서의 성공을 거뒀지만 솔로 가수로서는 상업적으로 큰 성취를 일궈내지 못했다. 그녀는 이런 이유로 어린 휘트니에게 가스펠을 비롯해 노래하는 법을 혹독하게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완벽주의적인 지도 방식 탓에 어린 휘트니는 어머니 앞에서 노래할 때 항상 지독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회고한 바 있다. 휘트니에게 어머니는 사랑하는 가족인 동시에 가장 거대하고 엄격한 존재였으며, 그녀 덕분에 그 누구보다 어린 나이에 완전한 보컬이 될 수 있었다.


영화와 차트를 지배한 가창력

그렇다면 훌륭한 보컬리스트의 기준은 무엇인가? 바로 기술, 감정, 파워라는 세 가지 요소를 겸비하는 것이다. 휘트니는 이 모두를 최고 수준에서 발휘할 수 있었던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이자 뼈를 깎는 듯한 연습을 거듭한 노력파였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재능을 타고난 자가 노력까지 미친 듯이 하면 당해낼 수가 없는 법이다. 이런 휘트니가 1985년 셀프 타이틀 데뷔곡을 발표함과 동시에 당대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레벨이 달랐다. 폭발적인 고음, 신기에 가까운 완급 조절, 특별한 곡 소화력 등 훌륭한 노래꾼이 장착해야 할 모든 조건이 그녀의 앨범에 다 내장돼 있었다. 우리는 가슴속 막힌 곳까지 뻥 뚫어주는 그녀의 ‘사이다 보컬’을 ‘Saving All My Love for You’(1985), ‘I Wanna Dance with Somebody’(1987), ‘Didn’t We Almost Have It All’(1987) 등의 1980년대 곡에서 이미 만끽할 수 있다. 모두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 히트곡이다.
휘트니의 압도적 기량은 1990년대 초반 결정적인 정점을 맞이한다. 1992년 영화 〈보디가드〉의 주연으로 발탁된 그녀는 직접 부른 주제가로 전 세계 음악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미국 컨트리음악의 아이콘 돌리 파튼이 원작자인 곡을 커버한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14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또한 전 세계적으로 45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OST로 남아 있다. 지금은 하이라이트의 첫 소절만 들어도 여러 영상 매체들이 머릿속에 스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때의 휘트니는 단순한 팝 스타가 아니었다. 대중문화의 거대한 상징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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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그 이후

이 찬란한 최고점은 역설적으로 비극의 시작점과 겹치게 된다. 1992년, 그녀는 R&B 그룹 뉴 에디션 출신의 보비 브라운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이 선택은 그녀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는 단초가 됐다. 끊임없는 불화로 얼룩진 14년간의 결혼 생활은 휘트니의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뿐 아니라 그녀의 자산이었던 목소리마저 무참히 갉아먹었다. 2000년대 들어 그녀는 과거의 압도적인 성량을 잃어버렸고, 무대 위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며 대중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혼 후 재기를 모색하며 2009년 새 앨범을 내놓고 월드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미 피폐해진 건강과 손상된 목소리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휘트니는 2012년 2월 11일, 한창 활동할 나이인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최고라 불렸던 디바의 허망하고도 쓸쓸한 마지막이었다. 천부적인 재능과 혹독한 훈련으로 팝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별은 이렇게 비극적인 전설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배순탁이 추천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곡들

휘트니 휴스턴 (1985)

이른바 괴물 신인의 등장. 1980년대에 휘트니 휴스턴의 데뷔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시작으로 ‘How Will I Know’ 그리고 ‘Greatest Love of All’까지 세 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곡을 배출했으며, 현재까지 2500만 장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참고로 ‘Greatest Love of All’은 가수 신해철이 솔로 시절 자신의 라이브 앨범에서 커버하기도 했다. 사실 이 곡의 오리지널은 휘트니가 아닌 미국 음악가 조지 벤슨이 처음 불렀다.

보디가드 (1992)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던 동명 영화의 사운드트랙. 무려 4500만 장 이상 팔리며 영화 〈더티 댄싱〉 사운드트랙의 판매량을 깨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I Will Always Love You’는 가수 돌리 파튼의 오리지널을 휘트니가 커버한 것으로, 컨트리음악을 흑인 R&B 발라드로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 곡을 커버하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한 인물은 케빈 코스트너였다고 한다.

아이 룩 투 유 (2009)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성대의 힘이 많이 약해져서 이전과 같은 보컬을 들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표현력을 뽑아낸 타이틀곡 ‘I Look to You’의 감동을 무시할 수 없다.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던 휘트니의 인생이 바로 이 곡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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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CENE, LOVE ATTACK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는 리센느의 미니 1집 〈SCENEDROME〉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로 낯선 향에 의해 세상이 새롭게 바뀌는 순간을 그린다. ‘향기로 다시 장면을 떠올린다’는 뜻을 담은 그룹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찰나의 화학반응을 청량하고 경쾌한 댄스팝 사운드로 풀어낸다.

Young K, YOUNGEST

2015년 데이식스로 데뷔한 영케이는 자신이 쌓아온 시간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앨범명은 최상급 접미사 ‘-est’와 자신의 이름 ‘영’을 겹쳐놓은 조어로 가장 나다운 모습을 표현한다. 팝록, R&B, 컨트리팝, 재즈 등 장르를 아우르는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해 밴드를 넘어 솔로로서의 온전함을 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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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na Grande, petal

아리아나 그란데가 정규 8집 〈petal〉에서 한층 내밀한 감정을 꺼내 보인다. 그동안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은 물론, 대중 앞에서 고통을 감춘 채 연기해야 했던 순간까지 타이틀곡에 담았다. R&B를 기반으로 팝과 록을 더한 사운드가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Bruce Liu, Lunaris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넓혀온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신보. 밤과 달을 주제로 베토벤과 쇼팽, 드뷔시, 바흐 등 역사적인 음악가들의 상징적인 작품과 숨겨진 명곡을 담았다. 그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은 ‘우아함과 가벼움의 터치’라고 평가받는다.

© Universal Music Group

Various Artists, Spider-Man: Brand New Day OST

〈스파이더맨: 홈커밍〉부터 시리즈의 음악을 책임져 온 마이클 저키노가 다시 돌아왔다. 기존 스파이더맨 테마에서 특정 음들을 의도적으로 덜어내며 이제 더 이상 피터 파커의 곁에 없는 삶의 조각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앨범. 상실과 회복 사이를 오가는 곡들로 히어로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자.

  • 탑승하시는 항공편에 따라 제공되는 콘텐츠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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