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 October 2026 (Vol. 50 No. 05)

반짝임 너머의 풍경, 장-미셸 오토니엘

반짝이는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장-미셸 오토니엘. 그의 작품은 이제 정원과 광장을 넘어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풍경으로 확장되고 있다. 파리 지하철역 입구에서 베르사유궁전 정원, 아비뇽 거리 그리고 올해 부산에 이르기까지 그는 장소에 깃든 기억과 이야기를 읽어내 새로운 경험으로 바꿔놓는다.

아름다움은 어디에 머무는가

ⓒ Valentin Hennequin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어쩌면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가장 복잡한 평가일지 모른다. 동시대 미술은 오랫동안 개념과 비판, 사회적 문제의식을 중요한 언어로 삼아왔고, 아름다움과 장식성은 때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미셸 오토니엘에게 아름다움은 자신의 작업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그는 아름다움을 비판적 사유와 대립하는 가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기억에 다가가는 하나의 통로로 삼는다.

오토니엘을 대표하는 것은 유리구슬을 반복적으로 연결한 대형 조각과 설치 작업이다. 미니멀한 구조와 공예적 아름다움, 조각과 건축의 감각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순수미술과 공예, 조각과 건축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유리는 아름다움과 연약함, 지속성과 덧없음이라는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품은 재료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오브제에 머물지 않는다. 베르사유궁전 정원과 루브르박물관, 파리 지하철역 입구에서 오래된 도시의 공공 공간에 이르기까지, 오토니엘은 장소가 품고 있는 시간과 기억에 먼저 귀 기울인다. 그에게 공공미술은 무엇보다 ‘듣는 행위’다. 장소의 역사와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작품과 장소가 관계를 맺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2000년 파리 팔레루아얄-뮈제뒤루브르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한 〈야행자들의 키오스크〉에서 베르사유궁전 정원의 〈아름다운 춤〉, 루브르박물관의 〈루브르의 장미〉로 이어졌고, 2025년에는 아비뇽 도시 전체를 무대로 펼쳐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으로 확장됐다. 한국에서도 국제갤러리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의 대규모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을 계기로 더 폭넓은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렸다.
30여 년의 작업 끝에 그가 다음 단계로 상상하는 것은

거대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친밀한 기념비’다.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온전히 둘러싸이는,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놓인 공간. 더 크고 강렬한 스펙터클을 요구하는 시대에 오토니엘은 오히려 친밀함을 통해 기념비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어쩌면 그가 지난 시간 내내 탐구해 온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라기보다, 아름다움이 어떻게 하나의 장소가 되고 그 장소가 다시 우리의 기억으로 남는가에 대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인터뷰

Jean-Michel Othoniel Temporary exhibition Othoniel Cosmos or The Ghosts of Love, from June 28, 2025 to January 5, 2026, in Avignon.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2025. Photo: © Othoniel Studio / Jean-Philippe Robi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도시를 위한 시

오늘날 도시들은 점점 더 크고 화려한 랜드마크를 원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작품은 기념비적이기보다 시적이고 친밀하게 다가옵니다. 당신에게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인가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작품인가요, 아니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인가요?

현대의 공공미술은 종종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며 도시의 건축과 대립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규모나 기념비성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의 위대함이 크기나 주변을 압도하는 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작품이 그 자리에 얼마나 적절하게 존재하는가입니다. 도시의 풍경, 사람들이 그 공간을 살아가고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 장소만의 고유한 시학에 어떻게 응답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외형은 작고 절제된 것이든, 거대한 기념비적 규모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장소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긴장과 울림을 만들어내는가입니다. 공공 공간에서 작품을 만나는 대중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지역 주민과 행인, 아이들처럼 그 장소를 일상의 일부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들어 더욱 예술, 특히 공공미술의 본질은 ‘귀 기울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소가 지닌 고유한 울림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곳의 역사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살아가고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과정에서 장소와 그곳의 일상,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친밀감이 생겨납니다. 바로 그 친밀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을 가까이 그리고 오래 곁에 두고 싶게 만듭니다.

Le Kiosque des Noctambules, 2000, Murano glass, aluminum, metal, ceramic. Permanent installation for the metro station Palais-Royal – Musée du Louvre, Paris. RATP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Mauboussi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야행자들의 키오스크〉(2000)에서 시작된 장소에 대한 관심은 〈아름다운 춤〉(2015)을 거쳐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2025)에서 도시 전체를 다루는 단계로 확장됐습니다. 당신에게 조각은 하나의 오브제인가요, 아니면 사람들이 장소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장치인가요?

조각은 단순한 오브제도, 즐거움을 위한 대상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그 안에는 고유한 신비와 독창성이 담겨 있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요.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고, 몇 번이고 다시 작품을 찾게 됩니다.
같은 작품도 살아가는 동안 여러 번 다시 마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변하면 작품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조각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경험과 공명하며,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줍니다. 어쩌면 그것이 위대한 예술 작품이 지닌 본질적인 힘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의 흐름을 견디면서도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힘 말입니다.

Temporary exhibition, OTHONIEL COSMOS or The Ghosts of Love, from June 28, 2025 to January 5, 2026, in Avignon.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Othoniel Studio / Jean-Philippe Robi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아름다움의 힘

유리는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매우 깨지기 쉬운 재료입니다. 당신에게 유리는 시간을 상징하나요, 아니면 기억을 상징하나요?

저는 유리가 시간과 기억을 모두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리는 그 자체로 기억을 지닌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창작 과정의 아주 초기 단계에서 새겨진 흔적까지도 다시 드러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유리는 한번 상처를 입으면 그 흔적을 간직하고, 그 상처는 결국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리 장인조차 그것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습니다.
한편 유리는 시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하는 무언가를 상징하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유리의 연약함은 우리의 세심한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야 작품이 온전한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리는 놀라울 만큼 오래 지속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깨지지만 않는다면 수천 년 동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리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유리는 시간과 기억을 품고 있는 동시에,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연약함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재료입니다.

ALFA, 2019, 114 fountain-sculptures, National Museum of Qatar, Doha.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Martin Argyroglo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Les Belles Danses, 2015, Fountain-sculptures for the Bosquet du Théâtre d’Eau, gardens of the Palace of Versailles.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Philippe Chancel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전쟁과 갈등,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와 분열이 계속되는 시대에 아름다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생존의 징표입니다. 거기에는 인간의 가장 깊고 궁극적인 감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경이로움을 일깨우기 위해 아름다움을 지켜야 합니다. 경이로움은 그 무엇보다 강합니다. 심지어 전쟁보다도 강합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우크라이나관의 작품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곳에서 모든 예술가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폭력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어디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가?”
그들의 대답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눈물짓게 합니다. 이는 존중과 경탄 그리고 인간 사이의 깊은 연결을 보여주는 눈물입니다.


La Rose du Louvre, 2019, Permanent installation in the Cour Puget, Musée du Louvre.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Claire Dor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Les Fleurs de la Passion, 2024, Permanent installation on the façade of the Cheval Blanc Paris hotel.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Othoniel Studio / Jean-Philippe Robin,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Gold Lotus et Gold Rose 3, 2026, Installation view at Villa Empain © Othoniel Studio / Jean-Philippe Robin

다음 풍경을 향해

부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만을 위해 새롭게 구상한 작품이나 이야기가 있나요?

부산을 방문했을 때, 도시의 활기와 바다로 탁 트인 풍경에 단번에 매료됐습니다. 그 인상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하나의 오디세이, 즉 여정이자 미로처럼 구상했습니다.
전시 제목인 〈사랑 안의 미로〉는 마치 한 편의 픽션과도 같습니다. 동시에 수많은 영화인을 배출한 부산이라는 도시에 보내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관람객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한 전시실에서 또 다른 전시실로 자유롭게 거닐며, 그 과정에서 다채로운 작품의 향연을 느끼길 바랍니다.
이 여정은 마지막 전시실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그곳에는 제가 〈월 피겨〉라고 이름 붙인 벽면 조각 연작이 펼쳐집니다. 우리를 마주 바라보는 듯한 자화상들로 이뤄진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여정에 함께하는 존재들입니다.

Temporary exhibition Othoniel Cosmos or The Ghosts of Love, from June 28, 2025 to January 5, 2026, in Avignon. © Jean-Michel Othoniel / ADAGP, Paris, 2025. Photo: © Othoniel Studio / Jean-Philippe Robin Image provided by Kukie Gallery

앞으로의 작업에서 더 탐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만약 단 하나의 장소에 작품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하실 건가요?

요즘 저는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작품 제작에 점점 더 끌립니다. 작품에 온전히 둘러싸인 채 마치 그 안에 품어진 듯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제가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친밀한 기념비’입니다. 조각과 건축의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업이지요. 이런 작품을 실현하기에 아시아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 그곳에 머물며 의미를 발견하는 문화가 아시아 여러 지역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막연하게 꿈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장-미셸 오토니엘을 만날 수 있는 곳

© Georges De Kinder

빌라 앙팽

4.10 – 10.4 브뤼셀을 대표하는 아르데코 건축물인 빌라 앙팽은 현재 동서양 문화의 교류를 추구하는 보고시안 재단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미셸 오토니엘의 브뤼셀 첫 대규모 개인전인 〈Diary of Happiness〉는 지난 30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1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되짚는다. 정원과 실내 곳곳에 펼쳐지는 대형 조각과 설치 작품, 수채화와 종이 작업을 통해 여행과 만남, 장소와 기억이 그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 보여준다. - villaempain.com
© F1963

F1963

<사랑 안의 미로>
8.28 – 12.31

1963년 고려제강의 와이어 공장으로 출발한 F1963은 산업 시설의 흔적과 시간을 보존하며 재탄생한 부산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부산 첫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를 열고, 최근 2년간 제작한 대표작 100여 점을 통해 사랑에서 자연과 우주로 확장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과거의 흔적을 품은 F1963의 장소성과 상처, 기억, 치유를 탐구해 온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가 특별한 조화를 이룬다.

  • F1963.org
  • 글. 최진이
  • 사진. 작가 및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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