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 February 2026 (Vol. 50 No.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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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국민 가수라는 이름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음악을 이야기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 그가 남긴 음악 메시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본격화된 흐름 중 하나가 있다. ‘언어의 홍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과연, 어디를 둘러봐도 ‘말’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말로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자극’을 지향하면 된다. 옐로저널리즘을 넘어 가짜 뉴스가 맹위를 떨치는 소셜미디어를 떠올려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딜 봐도 자극, 그저 자극뿐이다.

오직 최상급과 감탄사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이유에 기원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오직 ‘개꿀잼’ 같은 최상급 표현만이 자리를 허락받는다. 여기에 느낌표도 몇 개 붙여야 그나마 주목받을 수 있다. ‘개꿀잼!!!’

이 지독한 언어 인플레이션은 특정한 수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오디션 프로가 성행하면서 이 표현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오디션 프로를 통해 등장한 일군의 ‘천재’를. 그러나 그중 진정한 의미에서의 천재는 몇 없었다. 천재란 애초에 희귀종이다.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전형적인 언어 인플레이션의 폐해다.
‘국민 가수’라는 호칭 역시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말해본다. 대한민국 역사상 국민 가수 호칭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는 ‘천재’와 마찬가지로 많지않다. 기껏해야 다섯 명이 될까 말까다. 그렇지 않나. 국민 가수다. 전 국민이 그의 존재를 알고, 어느 정도 음악을 꿰고 있어야 겨우 획득할 수 있는 영광의 훈장이다. 그럼에도, 이 가수는 누가 뭐래도 국민 가수가 맞다. 그렇다. 조용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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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목소리

그는 등장부터 국민 가수였다. 모두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따라 불렀고, 이 전통은 지금까지도 야구장에서, 노래방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장르적으로도 국민 가수였다. 안 다뤄본 장르가 없다. 디스코, 팝, 록, 프로그레시브록, 트로트, 심지어 민요까지 다뤘다. 가요 역사상 조용필 이상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히트곡을 세자면 정말이지 끝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곡만 꼽아도 ‘고추잠자리’, ‘허공’, ‘자존심’, ‘바람의 노래’, ‘비련’ 등등. 지면이 모자라 차마 적지 못하는 노래들에 미안해질 수준이다.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정도까지는 히트곡이 나오질 않았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하락세였다고 정리할 순 없다. 일찌감치 공연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한 그는 1990년대부터 공연에 매진하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조했다. 지금도 조용필 콘서트는 물량이나 완성도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심지어 그는 2013년 19집 정규앨범 〈Hello〉와 함께 다시 정상으로 치달았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수록곡 ‘Bounce’를 흥얼거렸다. 보통 2000년대 이후는 세대별로 향유하는 음악이 극단적으로 갈린 시기로 분류된다. 그런 와중 전 세대가 인지하는 곡을 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텐데 이걸 해낸 가수가 조용필이다. 과연, 이것이 바로 국민 가수의 클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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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시간의 증명 그리고

2018년 조용필은 마침내 데뷔 50주년을 맞이했다. 다음처럼 가정해본다. 50년이 흐른 뒤에도 공연장을 꽉꽉 채울 수 있는 가수가 과연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글쎄.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25년은 그의 국민 가수적 위상을 다시금 확인한 해였다. TV로 방영된 그의 특집 라이브가 압도적인 시청률 속에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의 소셜미디어 풍경을 복기해 본다.

조용필에게 익숙한 어른 세대야 그렇다 쳐도 젊은 세대마저 “그의 노래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왜 국민 가수라고 하는지 알겠다”라는 후기를 쏟아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그가 공연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꼭 강조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아직까지 조용필의 라이브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어떻게든 내서 공연장으로 가보기를 바란다. 슬픈 진실이지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배순탁이 추천하는 조용필의 곡들

고추잠자리 (1981)

곡을 플레이하면 후렴구가 등장하기 직전 “위잉~”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신시사이저라는 악기로 만들어낸 소리다. 신시사이저는 소리를 합성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계, 즉 전자악기다. 조용필은 신시사이저가 곧 음악의 미래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곡이었다. 현재의 음악계를 본다. 신시사이저가 없으면 음악을 만들 수조차 없는 시대다. 이렇게, 어떤 예술가는 음악으로 미래를 예언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1985)

8집 수록곡으로 양인자가 작사, 김희갑이 작곡했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에서 영감을 얻은 노랫말은 당대에 혁신이었고, 이후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작곡의 경우 내레이션과 가창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끝내 이루지 못한 ‘이상적인 삶’을 뜻한다. 이 곡으로 조용필은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킬리 만자로를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아 문화훈장을 받았다.

꿈 (1991)

한 후배가 이런 얘길 한 게 생각난다. “우리 아빠가 돈 벌려고 상경하고 난 뒤에 이 곡을 진짜 많이 들었대.” 1991년, 한국은 여전히 경제성장 중이었다. 모두가 꿈을 안고 서울로 몰려들어 직장을 구했다. 밤낮없이 일하면서 월급을 받았다. 쉽지는 않았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건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혀 좌절한 이도 많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가 돼준 노래를 딱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이견은 있을 수 없다.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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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MONSTER, WE GO UP

신인에서 하나의 그룹으로 완성돼 가는 베이비몬스터의 현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앨범. 브라스 사운드 기반의 탄탄한 비트 위로 랩과 보컬의 에너지 레벨을 조절해 나가는 구성이 돋보인다. 하이틴 감성과 스트리트 무드가 공존하는 팀의 자신감을 직접적으로 ‘업’시키려는 의지가 앨범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Taylor Swift, The Life of a Showgirl

테일러 스위프트가 투어와 연애에서 얻은 밝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쇼걸로서의 자신을 다시 정의한다. 레트로 감성의 팝과 소프트록이 교차 하며 스위프트 특유의 서사적 가사가 보다 가볍고 경쾌한 톤으로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 이미지 속에서도 사랑과 명성을 함께 좇는 균형감 있는 시선이 드러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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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h Carey, Here for It All

머라이어 캐리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R&B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다시 제시한다. 발라드와 중간 템포 R&B를 오가는 곡들에는 따뜻한 솔의 질감 위에 보컬 레이어가 차분히 쌓인다. 특유의 감정선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과도한 꾸밈 대신 목소리 자체의 힘에 집중하는 그녀의 관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Cardi B, Am I The Drama?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서사를 다시 주도권 안으로 끌어오려는 카디 비의 선언과도 같은 앨범. 강렬한 베이스와 날카로운 플로를 기반으로 트랩과 팝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한 최근 힙합 프로덕션의 흐름을 영리하게 흡수했다. 직선적인 메시지와 다소 과감한 표현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카디 비의 자기규정이 음악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이끌어가는 데 맛을 더한다.

© Universal Music Group

A Symphonic Celebration (Music from the Studio Ghibli Films of Hayao Miyazaki)

지브리 음악의 핵심 곡들이 오케스트라로 다시 조명된다. 친숙한 선율이 히사이시 조와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으로 확장돼, 원곡의 서사가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온 듯한 깊이를 만든다. 지브리 음악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 탑승하시는 항공편에 따라 제공되는 콘텐츠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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