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은 국내 대표 데이터 해석가이자 사회 심리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말하며 변화의 흐름을 읽는 기준점을 제시해 왔다. “좋아하는 일을 깊게 파고들어야 미래의 나를 지킬 수 있다.” 새해를 맞은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인드 마이너의 단단한 조언.
문명의 전환기: ‘경량문명’이 온다
Q. ‘핵개인’과 ‘호명사회’에 이어 이번에는 ‘경량문명’을 화두로 던지셨습니다.
송길영⎮ 〈시대예보〉 시리즈는 보통 매년 9월 말에 출간하는데 이번에 2주 정도 시기를 당겼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조직이 AI를 도입하며 ‘경량화’를 시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들은 직업의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특보처럼, 조금이라도 빨리 이 변화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경량문명’이란 조직과 개인 모두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문명입니다. AI라는 새로운 도구가 우리 일의 상당분을 가져가면서 조직은 비대함을 줄이고, 그만큼 개인은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역량을 갖춰야 하는 시대를 말하죠. 지금은 한 사람이 기업처럼 성장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경량문명 시대에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기업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운영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 책은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력을 깨우는 데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조직 전체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리더라면, 구성원들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Q. 책에서 제시한 경량문명의 세 가지 원칙(지금 만납니다, 잠시 만납니다, 다시 만납니다)이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원칙인 ‘지금 만납니다’는 무엇을 뜻하나요?
송길영⎮ ‘준비된 사람만 만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공채로 선발해 회사에서 교육을 시켜줬지만, 이제는 입사 면접 자체가 업무 역량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입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이미 AI 등으로 역량을 강화한 숙련자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Q. ‘잠시 만납니다’와 ‘다시 만납니다’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한다는 신호인가요?
송길영⎮ 예전에는 한 부서에서 3년씩 함께지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 단위로 3주간 짧게 모여 전력을 다하고 헤어집니다. 이것이 ‘잠시 만납니다’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납니다’는 조직의 끈끈함이 사라지는 대신, 개인의 평판이 중요해짐을 의미합니다. 다시 만나 협업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실력은 물론이고 항상 친절하며 배려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법
Q. AI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새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송길영⎮ 첫 번째도 AI, 두 번째도 AI, 세 번째도 AI입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2024년까지만 해도 AI의 지능이 100이 안 됐다면 지금은 130이 넘습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직업은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어요.
Q. 많은 사람이 AI가 내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불안해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 할 때 가장 흔히 겪게 되는 감정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마인드 마이너의 관점에서 불안을 다루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송길영⎮ 일단 불안해해야 맞습니다. 협업의 대상이 이제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AI는 잠도 안 자고 불평도 없이 일합니다. 그러니 AI를경쟁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은AI에게 맡기고 결과를 조율하는 관리자의 마인드셋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불안은 내가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안정’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사람들은임원 같은 높은 직급에 오르면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지위가 오를수록 더 불안해집니다. 안정은 위치가 아니라 ‘상태’이기 때문이죠. 지금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언제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지속 가능성을 갖춘 상태’가 돼야 비로소 불안이 사라집니다.
Q. 대량 고용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요?
송길영⎮ 자신만의 ‘본진’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나만의 관심사에 AI 기술을 결합하면 혼자서도 기업처럼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창작을 하려면 디자인 팀, 영상 팀, 개발 팀이 따로 필요했지만, 이제는 캔바(Canva), 소라(Sora) 같은 툴을 이용해 개인이 모든 창작 과정을 수행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조직 내 소속감과 역할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쫓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됐어요.
Q.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바꿔놓는 시대 속에서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보시나요, 있다면 무엇일까요?
송길영⎮ 당연히 있죠. 책에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챕터를 따로 할애했을 정도로 인간 고유의 일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늘이 하는 것’, ‘시간이 하는 것’, ‘땅이 하는 것’처럼 오랜 축적을 요구하는 일들은 쉽게 바뀌지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그 상대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를 바라는 영역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깊은 경험과 탐미를 계속 쌓아간다면, 기술이 많은 것을 대체하더라도 인간에게 여전히 충분한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나’라는 세계를 발견하기
Q. ‘자신만의 무대’를 갖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인 것 같습니다.
송길영⎮ 맞습니다. 요즘 러닝하는 분들을 보면 자신의 기록을 앱으로 측정하고 SNS에 공유하며 서로 응원합니다. 승진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인 ‘오징어 게임’ 같은 서사가 아니라, 각자의 무대에서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는 삶을 원하고 있습니다.ㅍ이는 우리 사회가 경쟁 중심에서 각자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성숙해 가고 있다는 증거죠.
Q.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송길영⎮ 남이 하라는 건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건 대부분 유행을 타는 것들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없다면 지금부터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는 열여덟 살 소년이 방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수익을 내는 세상입니다. 처음엔 미약해 보여도 좋아하는 것을 끈질기게 밀고 나가면 언젠가 자신만의 이름을 얻게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마인드 마이너’라는 직업을 스스로 만드신 분다운 조언인데요.
송길영⎮ 그런가요?(웃음) 초창기엔 저도 사람들에게 “마인드 마이너가 대체 뭐야?”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10년 넘게 제 존재를 스스로 정의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니 이제는 사람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제가 이 일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좋아해서 하는 일은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계속해 나갈 힘이 있고, 결국 그것이 직업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Q. 2026년을 맞이하는 〈모닝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문장 예보’가 있다면요?
송길영⎮ “뭐라도 하세요.” 미래는 이미 와 있고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입니다. 단순히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경량문명은 누구에게나 꿈이 허락되는, 역설적으로 ‘따뜻한 문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가볍게라도 뭐든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 글. 한미림
- 사진. 안웅철
- 장소 제공. 로얄앤코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