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어맨해튼의 빛, 오큘러스
오큘러스’는 라틴어로 ‘눈’, 즉 빛을 받아들이는 창을 의미한다. 그 이름처럼 이 건축물은 빛을 품고 흰 새가 하늘로 치솟는 듯한 형상으로 도시 위에 펼쳐진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순백의 공간은 빛과 곡선의 흐름으로 일상 속에 자유와 희망을 새긴다.
빛으로 재건된 뉴욕의 새로운 시작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트윈타워를 파괴해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은 단순히 지상에만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충격은 지하까지 파고들어 뉴저지와 뉴욕을 매일 오가는 주요 통근 노선인 포트 오소리티 트랜스 – 허드슨(PATH) 철도 운행까지 마비시켰다. 비극의 잿더미 속에서 로어맨해튼을 재건하기 위해 스페인 – 스위스 출신 건축가이자 엔지니어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2003년 새 교통 허브를 설계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이는 단순히 지하 PATH 역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뉴욕 지하철 시스템 및 새롭게 재건된 세계무역센터 캠퍼스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여기에 더 큰 시적 감성을 불어넣었다.
2016년 개관한 오큘러스는 세계무역센터 캠퍼스와 그 주변 역사적 장소들을 잇는 광장 위에 자리한다. 이곳에는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세인트폴성당도 포함된다. 세계무역센터 재건 마스터플랜을 맡은 건축가 대니얼 리버스킨드가 구성한 밀도 높은 도시계획 안에서 오큘러스는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고, 로어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돼야 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그라운드 제로’라는 강렬한 감정을 지닌 장소이자, 인근 추모 공원은 매년 희생자 가족과 친구들이 찾는 성지다. 칼라트라바는 이 교통 허브가 희망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완성되길 원했다.
구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 시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1951~)는 초현실적인 조형성과 최첨단 엔지니어링을 결합하는 시적 능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흰색 콘크리트와 강철, 유리를 사용해 구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설계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종종 건물이나 다리의 척추 같은 지지 요소로 구현되며, 햇빛과 그림자의 변화에 따라 매 시간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의 작업 대부분은 공공 프로젝트인데, 첫 기차역인 스위스 취리히의 슈타델호펜역을 설계했을 때 그는 겨우 33세였다. 칼라트라바는 오큘러스를 뉴욕을 상징하는 공공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무려 14년간 뉴욕에 거주하며 설계와 감리 작업을 병행했다.
뉴욕을 잇는 관문, 빛으로 숨 쉬는 공간
오큘러스는 양쪽 보도를 감싸듯 펼쳐지는 늑골 형태의 두 날개로 구성돼 있다. 두 날개가 만나는 지점에는 길게 열린 채광창이 설치돼 있으며, 매년 9월 11일에는 이를 열어 대리석 바닥 위로 햇빛이 한 줄기 광선처럼 곧게 비치도록 한다. 지하의 환승 허브 내부에선 이 아치 구조가 타원형의 광활한 공공 공간을 형성하며, 중이층과 만나 L자 형태의 우아한 지지대를 만든다. 덕분에 가장 아래층은 기둥 하나 없는 개방형 구조로 구현되어 상점, 식음 공간 그리고 기차와 사무실을 오가는 수많은 통근자가 드나든다. 오큘러스는 PATH 시스템과 뉴욕시 교통공사 (MTA)의 12개 지하철 노선을 직접 연결하며, 일부 노선은 지하도로를 통해 조금만 걸으면 닿을 수 있다. 또한 재건된 WTC 빌딩군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뉴욕을 대표하는 공간들이 대체로 그렇듯 오큘러스 내부도 늘 분주하다. 그럼에도 칼라트라바의 건축은 동시에 고요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낸다. 하루 종일 들어오는 자연광은 내부의 늑골 형태 구조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의 시그니처인 순백 톤 덕분에 공간은 언제나 밝고 경쾌하다. 외부 날개 아래를 걷다 보면 거대한 유리 벽 너머로 뉴요커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로어맨해튼의 유리·철골 마천루 사이에서 이 조각적 건축물은 특히 도드라진다. 그러나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서면 다시 일상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맥박이 흐른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분명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Oculus
세인트 니콜라스 그리스정교회 & 내셔널 슈라인
2022년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개관한 이
성당은 WTC 캠퍼스 재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파사드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펜텔릭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석재와 유리로 구성된 리브드 돔은 밤이면 등불처럼 빛난다.
- 130 Liberty St, New York, NY 10006
프랭탕 뉴욕점
2025년 3월, 프랑스 백화점 프랭탕이 뉴욕에 첫 매장을 열었다.
아르데코 주거 타워인 원 월 스트리트 내 약 5110m2의 공간을 차지하며,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로라 곤살레스가 맡았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1층 ‘레드 룸’으로 약 10m 높이의 천장과 1930년대 오리지널 적·금색 모자이크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 1 Wall St, New York, NY 10005
9·11 메모리얼 & 박물관
트윈타워가 있던 자리에는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는 두 개의 깊은
추모 수공간이 들어서 있다. 이 공간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희생자와 1993년 WTC 폭탄 테러 피해자를 기리는 장소다. 바로 옆에는 사건과 그 이후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 180 Greenwich St, New York, NY 10007
월 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지만, 1903년에 지어진 본관 건물은 월 스트리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평일마다 개·폐장 종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돌진하는 황소를 표현한 조각상 〈차징 불〉 앞에서 행운을 비는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원월드 전망대
스키드모어, 오윙스 & 메릴(SOM)의 데이비드 차일즈가 설계한
원월드트레이드센터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 해발 381m 높이에서 뉴욕 스카이라인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 117 West St, New York, NY 10007
- 엘리자베스 파자레는 뉴욕을 기반으로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드웰〉, 〈인테리어디자인〉 등에서 건축·디자인·문화를 다뤄온 에디터이자 저널리스트다. 〈컬처드〉의 시니어 에디터와 〈AD〉 에디터를 역임했다. 뉴욕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도시설계 및 건축 연구를 전공했다.
- 글. 엘리자베스 파자레
- 사진. Alan Karchmer
- 대한항공은 인천—뉴욕 직항 편을 주 14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