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삶을 걷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그 특유의 활력과 예술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손미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음이 자꾸만 주변으로 향했다. 마드리드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치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듯 각기 다른 얼굴을 한 도시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마드리드를 중심에 두고 반경 몇 시간 안의 소도시를 걸었다.
- 손미나에게는 전 아나운서, 여행 작가, 강연자, 사업가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2004년, 그는 삶에 대한 고민을 안고 스페인으로 향했다. 스페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후 현지 생활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출간하며 작가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스페인과의 교류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민간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펠리페 6세 국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톨레도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시대의 켜가 뚜렷하게 새겨진 도시, 톨레도는 굽이치는 타호강이 품고 있는 요새와도 같은 곳이다.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고속열차로 단 30분이면 닿지만, 그 풍경은 전혀 다른 시공간에 도착한 듯 이색적 이다. 로마제국부터 시작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가 차례로 머물렀던 이곳은 존재 자체로 스페인의 축소판이다. 마치 옛날 영화 속 세트장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드는 구시가지 골목을 따라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전망대에 오르면 타호강과 성벽이 만들어낸 완벽한 도시 뷰를 감상할 수 있다.
- TIP 전통 과자인 마사판, 와인 소스 등을 넣어 조린 자고새 요리인 페르디스 아 라 톨레다나를 맛보자.
세고비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세고비아는 마드리드 차마르틴역에서 열차로 3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고대 로마와 중세 유럽이 공존하는 도시다. 2만 5000여 개의 화강암 블록을 접착제 없이 정교하게쌓아만든2000년 된 석조 구조물인 로마 수로가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웅장한 궁전의 위엄을 갖춘 채 중세에 요새로 쓰였던 알카사르, 고딕양식의 마지막 걸작이라 불리는 세고비아 대성당의 위엄 있는 아름다움까지 찬찬히 감상하자. 바싹 구운 새끼 돼지통구이인 코치니요 아사도도 놓치지 말 것.
- TIP 알카사르 전망대에 올라 석양을 감상한다.
아랑후에스
스페인 왕실이 사랑한 정원 도시이자 ‘스페인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아랑후에스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타호강 남쪽의 왕실 휴양지로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 온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왕궁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된다.
- TIP 왕실 도시였던 영향으로 왕실에서 먹던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생크림 디저트가 유명하다.
엘에스코리알
마드리드 근교에 자리한 엘에스코리알은 장엄한 역사를 지닌 자연의 보물이라 불릴 만한 곳이다. 스페인왕 펠리페 2세가 지은 건축 걸작 산로렌조 데 엘에스코리알 왕립수도원은 궁전, 수도원, 왕립도서관, 왕실 무덤이 한데 어우러진 16세기 르네상스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치,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그 엄숙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회색 석재로 지어진 장엄한 건물은 검소하면서도 웅장한데, 내부를 걷다 보면 어느새 사색에 잠기게 된다.
- TIP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필요한 이에게 추천하는 장소다.
콘수에그라
라만차 지역의 상징적인 마을 콘수에그라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속 풍차 언덕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드리드 남부 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약 2시간 20분을 가야 해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유명한 소설의 배경을 직접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기에 추천한다. 넓게 펼쳐진 평원에서 카스티요 데 라 무엘라 성곽과 풍차가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자. 해 질 녘 노을에 붉게 물드는 환상적인 풍경이 특히 일품이다.
- TIP 특히 이 코스에서는 장갑을 챙기면 좋다.두 명 이상 동행할 경우, 일부 구간에서는 추가 안전을 위해 베일 로프와 하니스가 권장될 정도로 난도 높은 코스다.
아빌라
스페인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성벽으로 전체가 둘러싸인 고요한 도시 아빌라. 마드리드에서 열차로 1시간 30분 걸리는 이곳은 10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벽 도시다. 성녀 테레사가 태어난 곳으로, 그녀의 생가를 비롯한 많은 고딕양식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아빌라식 티본스테이크인 출레톤 데 아빌라와 달걀노른자 과자인 예마스 데 산타 테레사는 이 도시의 거칠면서도 따뜻한 성정을 대변한다.
- TIP 성벽 위를 직접 걸어보고 해 질 무렵 성벽 위 산책로에서 석양과 야경을 감상하는 경험은 고요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쿠엥카
절벽 위에 매달린 듯한 집인 카사스 콜가다스로 유명한 쿠엥카는 스페인어로 ‘분지’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절벽과 계곡, 붉은색 철교가 둘러싼 장관을 자랑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스페인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손꼽히며, 스페인에서 가장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현대 미술관인 추상미술박물관과 최초 고딕양식 성당인 쿠엥카대성당까지, 드라마틱한 풍경과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다.
- TIP 절인 양 내장 요리인 사라호, 돼지 간으로 만든 페이스트인 모르테루엘로 등 낯선 요리에도 도전해 보자.
- 대한항공은 인천 — 마드리드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