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 August 2025 (Vol. 49 No. 04)

배우기보다 경험하고 공감하는 지식 예능의 세계

대중문화를 통해 사회에 답하는 정덕현 평론가가 K-예능의 오늘을 바라본다.

지식을 교실과 도서관에서 습득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지식은 거리에서, 낯선 도시에서 얻어지고, 누군가를 만나 질문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교실 바깥으로 나온 지식

건축가 유현준은 로마의 산티냐치오 성당에 그려진 천장화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하나의 소실점을 기준으로 천장 저편 하늘 끝까지 펼쳐진 그림은 마치 천장을 뚫어놓은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것. 유현준은 원근법으로 천국을 표현한 그 천장화를 통해 수백 km 깊이의 공간을 봤다고 했다. 결국 공간이란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젊은 건축가의 감흥은 얼마나 깊었을까, 짐작 가는 일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들려줬다면 그 감흥은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tvN 예능 〈알쓸별잡〉은 다르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라는 부제처럼, 예능에서 유현준이 이야기를 꺼내놓는 곳은 바로 그 로마에 있는 한 골목 식당 안에서다. 그날 유현준은 그 성당에 다녀왔고, 젊은 시절 충격을 안겼던 천장화를 다시 보고 와서 그 이야기를 식탁 위에 꺼내놓았다.

이미 〈알쓸신잡〉을 시작으로 여행과 결합해 교실 바깥으로 나가는 지식 예능은 대중화됐다. 〈알쓸신잡〉 이후 〈알쓸별잡〉까지 이어지며 여행과 지식의 스케일은 한껏 커졌다. 그중 최신 편인 〈알쓸별잡: 지중해〉는 로마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고 지중해를 여행하며 지식 수다의 향연을 펼친다. 이만한 호사가 있을까. 시청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지중해를 여행하며 그 여행지에 담긴 역사부터 건축, 미술, 문학, 과학, 철학 등등의 지식을 전문가들의 흥미진진한 수다를 통해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유현준이 산티냐치오 성당의 천장화를 매개로 공간의 이야기를 화두로 꺼내놓으면 물리학자 김상욱은 여기에 숫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차원)의 이야기를 더해준다. 또 신성한 천장화 앞에서도 셀카를 찍는 요즘 세태를 통해 신보다 중요해진 인간의 시대와 카메라가 지배한 세상에 대한 우려 섞인 통찰도 이어진다. 여행을 시작점으로 어떤 공간에 대한 지식을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면서 생겨나는 통찰까지, 〈알쓸별잡〉은 교실에서는 불가능한 현장감과 통섭적인 접근을 모두 보여준다.

알쓸별잡: 지중해(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식 예능 시대의 포문을 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알쓸별잡〉 시즌1에 이은 시즌2에서는 한층 다양해진 잡학 박사들과 함께 지구별의 중심, ‘지중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 tvN

대화와 수다로 확장되는 무한한 지식의 향연

〈알쓸별잡〉의 이러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수다라도 떨듯 진행되는 대화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같은 장소를 가도 자신의 분야에 어울리는 수다를 꺼내놓는다. 건축가가 공간에 얽힌 역사와 기능을 이야기하면, 물리학자는 과학의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천문학자는 우주의 관점으로 그 시선을 확장시키며, 시인은 그곳이 불러일으키는 시적 감성을 꺼내놓는다. 대화에서 특히 중요한 건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 던져지느냐에 따라 꺼내지는 지식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이러한 지식 예능의 하나로, 질문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손석희의 질문들〉이다. 촌철살인의 질문으로 정평이 난 언론인 손석희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1인 토크쇼에 가깝지만,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생각과 사유를 들여다보는 교양프로그램이다. 진솔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물론이고 그 인물의 철학까지 담아내는 깊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안성재 셰프 편을 보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가 미국 이민 생활부터 군복무, 요리학교 진학 그리고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순간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며 대중성과 고급스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안 셰프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유튜브 웹 예능 〈전과자: 매일 전과하는 남자〉는 체험만큼 생생한 지식은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각 대학별로 전공 한 가지씩을 체험하는 것으로, 독보적인 캐릭터와 예능감이 빛나는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1대 전과자 이창섭과 2대 전과자 카이가 학교를 찾아간다. 수업을 들으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매회 빵빵 터지는 웃음과 재미를 주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학과의 분야들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의외로 놀라운 질문을 던지고 실습도 체험하면서 생생한 지식 정보를 전해주는 덕에 〈전과자〉는 청소년을 위한 진학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손석희의 질문들
손석희가 던지는 질문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고민을 들여다본다.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지식과 사유를 접할 수 있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 JTBC
전과자: 매일 전과하는 남자
대학교 학과를 다루는 흔치 않은 웹 예능프로그램. 익숙한 듯 생소한 전공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미와 지식을 모두 잡았다. © ootb STUDIO

지식 예능의 새로운 태도

〈알쓸별잡〉이 여행과 결합한 전문가들의 대화를 통해 통섭적인 사유의 방식을 보여준다면, 〈손석희의 질문들〉은 대화를 통해 인물을 탐구하고 인사이트를 찾아내며, 〈전과자〉는 리얼리티 예능 방식으로 배움의 과정에 참여한다.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세 프로그램을 모두 지식 예능으로 묶어 표현한 건 이 프로그램들에서 ‘지식을 대하는 달라진 태도’가 공통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키워드는 ‘지식의 즐거움’이다.

우리에게 지식이란 괴로움을 동반하는 어떤 것으로 인식돼 온 면이 있다. 지식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억지로 습득하려 했던 경험들이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지식 예능이 보여주는 지식을 즐기려는 태도는 특히 의미 있게 느껴진다. 한때 인문학은 위기가 거론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위기는 어쩌면 우리가 지식을 대하는 엇나간 태도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함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며, 무엇보다 그 과정을 즐겁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지금의 지식 예능들은 그 태도의 전환을 슬며시 보여주고 있다.

  • 정덕현은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기고, 방송, 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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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PREVIEW

© Yuzuru Kojika, Kanto Otsuki / KODANSHA / Kansai TV

언멧: 어느 뇌외과의의 일기

교통사고로 인해 뇌손상을 입은 미야비(스기사키 하나)는 장래가 촉망받는 우수한 뇌외과 의사였지만 이제 하루 이상 기억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던 중 이뤄진 천재 의사 산페이(와카바 류야)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기억이 지워지지만, 그럼에도 미야비는 다시 의사의 길을 걸으며 환자들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 2025 Universal Studios

중력을 벗어나: ‘위키드’의 막이 열리다

영화 〈위키드〉의 제작 과정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주인공 엘파바 역의 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 역의 아리아나 그란데가 오즈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 〈위키드〉의 감독 존 추를 비롯해 제프 골드블룸,양자경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해 제작 현장의 비하인드를 선보인다.

© JTBC

협상의 기술

11조 원의 부채 위기에 몰린 대기업 산인그룹에 전설의 협상가 윤주노(이제훈)가 팀장으로 부임한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협상 기술로 알려진 그와 냉철한 법률 전문가 오순영(김대명) 그리고 열정 넘치는 인턴 최진수(차강윤)가 팀을 이뤄 복잡한 인수합병(M&A)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간다. 상대 기업의 카운터와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와 극한의 협상 상황이 계속된다. 돈과 권력이 얽힌 거대한 거래 판에서 벌어지는 팽팽한 수싸움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

© JTBC

아는 형님

교실이 스튜디오로 변신하는 JTBC 예능 〈아는 형님〉은 고정 멤버들에 더해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이 출연해 학교 분위기 속에서 펼치는 토크쇼다. 고정 멤버들은 ‘재학생’, 매회 찾아오는 유명인 게스트들은 ‘전학생’이라는 설정 아래 함께 학급회의를 열고 일상을 털어놓으며 퀴즈와 게임으로 수업 시간을 채운다. 다양한 미션 게임을 통해 발산되는 멤버들의 다채로운 예능감이 재미를 더한다.

© SOOP

ASL 시즌 19 결승전 하이라이트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아프리카TV 스타리그(ASL) 시즌 19 결승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공개된다. 최종 승부를 위해 선발된 두 프로게이머가 최후의 경기에서 격돌한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 속에서 미세한 컨트롤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는 만큼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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