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 August 2025 (Vol. 49 No. 04)

런던의 새로운 중심,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템스강 변에 자리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1983년 폐쇄된 후 오랫동안 방치됐던 화력발전소다. 도심 속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한 이 공간의 면면을 살펴본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나인엘름스는 산업 유산과 세계적 건축 거장들의 현대 건축이 어우러진 21세기 런던의 축소판이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쇼핑몰 내부 전경
야외 성큰 가든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Kim Jeonghoo

런더너의 핫 플레이스

“런더너가 사랑하는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주관적 질문이지만 십중팔구 답은 두 가지일 확률이 높다. 킹스크로스의 ‘콜 드롭스 야드’와 나인엘름스의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둘 다 핫한 쇼핑몰로 킹스크로스는 템스강 북부의 중심부에, 나인엘름스는 템스강 남서부의 외곽 지역에 위치한다. 이제 두 번째 질문. “둘 중에 살고 싶은 지역은 어디일까?” 런더너의 대답은 후자일 확률이 높다. 나인엘름스는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주거, 업무, 상업 시설은 물론이고 멋진 수변과 넓은 녹지 공원이 인접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인엘름스는 일하고 거주하고 즐기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현재의 화려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과 그 주변을 살펴보면 20여 년 전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20세기 초반에 건립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1983년에 가동을 멈췄고, 이후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 한때 철거가 결정되기도 했다. 그때까지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전형적 산업지대로 개발된 나인엘름스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 2000년에 뱅크사이드 파워 스테이션이 테이트모던미술관으로 탈바꿈해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자 이보다 큰 규모인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의 재활용 가능성과 잠재력이 새롭게 떠올랐다.

화력발전소 안에 조성된 산책로형 쇼핑몰

나인엘름스는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을 포함한 약 231만 4050㎡의 유휴 부지다. 이 정도 규모는 런던 중심부에는 더 이상 없는 개발 가능한 크기로, 주거, 업무, 상업, 문화 시설 등을 갖춘 유럽 최대 규모의 복합 재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새로운 디자인을 맡은 윌킨슨에어 건축사무소는 화력발전소를 상징하는 건물 외벽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고, 화력발전소의 상징인 굴뚝도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 템스강 변 방향의 굴뚝 하나는 전망대 ‘리프트 109’로 개조해 강변과 도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기능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의 정면은 템스강 변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모든 방향에서 걸어서 쉽게 접근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완벽한 대칭으로 이뤄진 평면의 양쪽은 화력발전소의 터빈 홀이 있던 공간으로, 두 개 층에 걸쳐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쇼핑몰이지만 가운데 넓은 공간을 비워두고 편안한 산책로를 조성한 것이 단연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는 화력발전소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현대적 쇼핑몰이 들어섰기에 옛것과 새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터빈 홀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야외 광장과 인공 녹지(성큰 가든)는 주민을 위한 최고의 공공 공간이다. 이곳에는 주로 주상복합 거주자들이 이용하는 상점과 편의시설이 자리하는데, 계획 초기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아늑한 장소가 됐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이 시민들에게 선사한 또 다른 선물은 전면에 조성한, 템스강과 마주한 수변 공원이다. 화력발전소의 야적장이었던 곳이 템스강을 감상하는 장소이자 다양한 행사와 전시가 열리는 수변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주말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과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과 일렉트릭 불러바드 전경

런던은 진화한다

2000년에 뱅크사이드 파워 스테이션이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런던의 매력을 세상에 알렸다면, 2022년에는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이 바통을 이어받아 산업 유산을 재활용한 다목적 주상복합공간으로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약 80여 년 전에 형제처럼 등장한 두 개의 화력발전소가 21세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뱅크사이드 파워 스테이션과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이 주는 교훈은 전형적 산업 시설로 건립해 수명을 다한 화력발전소가 새 생명을 얻어서 지역 성장을 위한 앵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만약 뱅크사이드 파워 스테이션이 테이트모던미술관으로 재탄생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주변 일대가 활력을 얻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동일한 관점에서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이 주상복합건물로 재탄생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주변에 대규모 재생 사업이 추진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조건, 맥락, 위치, 규모, 기능이 모두 다르지만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뱅크사이드 파워 스테이션의 전통을 계승해 런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런던은 계속 진화한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Battersea Power Station

리프트 109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의 굴뚝 안을 따라 올라가는 유리 엘리베이터로, 109m 높이에서 런던 시내를 360° 전망할 수 있다. 탑승 전에 발전소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교육적이면서도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 lift109.co.uk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쇼핑몰

2022년 개장한 복합 쇼핑 문화 공간. 150여 개의 패션·소품 매장, 시네마,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문화 행사와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batterseapowerstation.co.uk

배터시공원

1858년 개장한 빅토리아시대 공원으로, 템스강을 따라 펼쳐진 도심 속 녹지 공간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파고다, 가족 친화적 어린이 동물원,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는 펌프하우스갤러리, 헨리 무어의 조각작품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자연보호구역에서는 다양한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 wandsworth.gov.uk/batterseapark

뉴 코벤트가든 마켓

나인엘름스에 위치한 영국 최대 도매시장으로, 과일·채소·꽃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이른 새벽 4시부터 운영되는 플라워 마켓에서는 다채로운 꽃과 활기찬 거래 현장을 체험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다. 배터시파워스테이션역이나 나인엘름스역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 newcoventgardenmarket.com

테이트 브리튼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에서 도보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1500년대부터 현대까지 영국 미술을 아우른다. 윌리엄 터너, 프랜시스 베이컨 등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매년 터너 프라이즈를 개최하는 미술계의 중요한 장소다.

  • tate.org.uk/visit/tate-britain
  • 김정후는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도시, 건축, 디자인 정책과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연구한다. 현재 런던시티대학교에서 유럽과 아시아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며, 한국과 영국에서 도시건축정책연구소(JURL)를 운영 중이다.
  • 글. 김정후
  • 사진. Charlie Round Turner
  • Images courtesy of Battersea Power Station Development Company
  • 대한항공은 인천 — 런던 직항 편을 주 7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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