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 June 2025 (Vol. 49 No. 03)

몽골, 고요의 지평선에서 시작되는 변화

고요한 자연과 급변하는 도시가 극적으로 공존하는 땅, 몽골. 화려한 도시와 황홀한 대자연을 동시에 향유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몽골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자연이 늘 그 자리에 있는가 하면, 광활한 초원 위로 선명한 별빛이 한가득 쏟아진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도시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선 울란바타르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몽골은 그렇게, 음과 양이 맞닿는 경이로운 광경을 선사한다. 유라시아를 지배하며 동양과 서양의 접점 지역으로 세계사 통합에 기여했던 몽골의 오늘을 돌아본다.

몽골의 대초원에는 풀이 무성한 평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울란바타르에서 비교적 가까운 사막, 엘승타사르하이
과거에는 사원이었던 초이진 라마 불교 박물관이 도심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이승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란바타르 시내 야경
자이승 기념탑의 밤풍경

울란바타르의 오늘

최근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몽골이 주목받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드넓은 하늘의 별빛 아래 잠드는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선 깊은 치유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특별한 여정을 시작하는 관문은 바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다.
몽골의 심장이자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곳, 울란바타르는 전통적인 몽골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활기 속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이곳의 거리는 정장 차림의 신사와 전통 의상 델을 입은 어르신, 높은 빌딩숲 사이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원들, 신식 아파트들과 저 멀리 보이는 전통 가옥 게르까지 도시의 새로움과 전통이 자연스레 공존한다. 도시를 찬찬히 바라보면, 최근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 뒤로 전통 사원의 지붕과 언덕 위에 자리한 게르들이 펼쳐지며, 그 속에서 유목민의 삶의 흔적이 느껴진다.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현대적 변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이 13세기 세계를 제패했던 칭기즈칸과 그의 군사들이 활보하고 다녔던 곳이라고 상상이나 되는가. 울란바타르의 전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자이승 전망대를 찾아가 보자. 전망대 정상까지는 612개의 계단이 이어지며, 숨을 고르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세워진 기념탑은 1939년 할힌골 전투에서 몽골군과 소련군이 힘을 합쳐 일본 제국군을 막아낸 역사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탑 내부에는 몽골과 소련 양국 국민 간의 우호 관계를 시대 순으로 그린 벽화가 장식되어 있어, 전망뿐 아니라 역사와 예술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밤이 되면, 광활한 대자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몽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울란바타르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뒤 도시 곳곳의 네온사인이 빛을 발하며 울란바타르의 밤을 환하게 수놓는다. 야간에 전망대를 찾기 어려울 경우, 시내 고층 건물에 자리한 레스토랑이나 바를 방문하면 도심의 야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수흐바타르 광장의 칭기즈칸 동상과 기마상들
국립 칭기즈칸 박물관 입구

과거와 오늘, 동양과 서양: 두 세계의 교차점

울란바타르 한가운데 자리한 수흐바타르 광장은 도시의 상징과도 같다. 몽골 국민 대부분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이 광장이 함께 한다. 광장을 따라 걷다 보면, 곧 웅장한 칭기즈칸 동상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칭기즈칸이 믿고 의지하는 아홉 명의 장군이 있었는데 칭기즈칸 동상을 둘러싼 인물들이 바로 이들이다.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의 대몽골제국은 영토가 워낙 넓었기 때문에 정복한 땅을 칭기즈칸 홀로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옆 기마상은 서부 지역을 통솔했던 버르치와 동부 지역을 통솔했던 모호라이이며, 건물 양 끝에는 몽골제국의 대를 이은 셋째 아들 오고타이 칸(칭기즈칸 동상 기준 좌측)과 손자 쿠빌라이 칸(우측)이 앉아 있다. 칭기즈칸 동상 앞에 서 있으면 마치 그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또 한 명의 인물, 광장 이름의 주인공인 수흐바타르 장군도 빼놓을 수 없다. 담딘 수흐바타르는 몽골의 국부와도 같은 존재로 몽골인민공화국(‘몽골’의 전 이름)의 개국공신이자 나라의 독립을 이끌어낸 영웅으로 칭송된다. 오늘날 몽골 화폐에 얼굴이 새겨진 단 두 사람이 바로 칭기즈칸과 수흐바타르다. 광장에 세워진 그의 동상을 살펴보면 오른팔을 뻗은 채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팔은 해가 뜨는 동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동쪽에서 뜨는 해처럼 몽골의 무궁한 번영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카라코룸의 에르덴 조 사원은 몽골 최초의 불교 사원으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카라코룸 마을의 전경 모습

칭기즈칸의 발자취를 따라 시선을 서쪽으로 돌리면, 13세기 그가 머물며 몽골 제국의 기틀을 다진 도시, 카라코룸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약 5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몽골의 옛 수도이자 역사적 중심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르혼 계곡의 일부이기도 하다. 카라코룸 유적지와 그 주변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카라코룸의 상징인 ‘은나무’ 그림은 몽골의 5000투그리크와 10000투그리크 지폐에도 담겨 있어,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울란바타르 서쪽의 조그마한 사막, 엘승타사르하이에서는 쌍봉낙타를 만날수있다.

이 모든 자연

몽골이라는 나라의 모든 배경에는 늘 자연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몽골의 또 다른 정체성은 바로 사막이다. 나라의 남쪽 끝에 위치한 우문고비까지 갈 여유가 없다면, 비교적 가까운 엘승타사르하이에서 사막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광활한 초원과 사막이 공존하는 이곳에서는 몽골 특유의 이색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우문고비에는 고비사막이, 엘승타사르하이에는 작은 모래사막인 바얀고비가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으로 약 4시간 30분, 과연 이 길의 끝에서 사막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모래언덕이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이곳에만 딱 수십만 kg의 모래를 옮겨놓은 듯 특이한 광경이다. 이곳에 가까워질수록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수십 마리의 낙타 떼가 여행객을 반긴다. 몽골에는 쌍봉낙타가 산다. 낙타 등에 올라타면 낙타의 혹이 앞뒤로 안정감을 선사한다. 낙타 등이 생각보다 높아서 아찔하지만 이동속도가 여유롭기에 금새 안정이 된다. 낙타의 속도로 만끽하는 사막은 놀랍도록 신비스럽다. 사막을 벗어나 달리고 달리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초록색과 하늘색 두 색깔만이 여행객의 눈동자를 가득 메운다. 몽골의 무한한 초원 위를 달리다보면 정해진 시간이란 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평온과 고요만 남을 뿐이다. 그렇게 몽골을 마주하다 보면 이곳의 느림과 자유로움에 어느새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초원의 초록색,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색,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 갑자기 낯선 게르에 찾아가도 놀란 기색 없이 막 데운 우유차를 건네는 유목민이, 앞만 보고 가느라 바쁘고 서툴렀던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

  • 최선미는 현재 코이카와 협력해 국제 개발 NGO인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몽골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24 Hours in Ulaanbaatar

몽골의 전통과 현대적인 순간을 느끼고 싶다면 울란바타르의 다음 장소들을 방문해 보자.

아침 거리

마치 런던의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골목은, 몽골 정부가 시민들에게 활기차고 스트레스 없는 아침을 선사하고자 조성한 곳이다. 오전 6시부터 문을 여는 커피숍과 아담한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자리해, 분주한 도시의 아침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몽골 사회가 문화적으로 다채롭게 변화하는 일상을 한눈에 경험할 수 있는 거리다.

  • Байр – 100, CHD – 1 khoroo, Ulaanbaatar 15160

샹그릴라 몰

몽골의 대표적인 쇼핑몰 중 하나. 젊은 층이 약속 장소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해외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고 영화관, 카페, 뷰티 브랜드, IT 등 다양한 분야의 매장이 다 모인 총집합체라 할 수있다. 몽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치만점 아이템이 가득한 기념품점도 있으니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 Shangri-La Centre, SBD – 1 khoroo, Ulaanbaatar 14241

간등 테그치늘렌 사원

‘온전한 기쁨을 선사하는 위대한 장소’라는 이름의 기원처럼 높이 약 25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황금 불상으로 대표되는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소련 침공 등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이곳 사원 내부에는 불교 경전, 예술작품, 불상 등 유물이 전시돼 있고 스님들의 기도와 의식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몽골 불교와 전통을 동시에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 BGD – 16 khoroo, Ulaanbaatar 16040

고비 플래그십 스토어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캐시미어 브랜드 중 하나인 고비. 유목민의 전통을 이어 받은 몽골의 대표적 특산물이자 염소의 털을 이용해 만들어진 캐시미어는 가격대비 품질이 워낙 좋기로 유명해서 기념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시내에 여러 매장이 있지만 규모와 종류가 다양한 고비 플래그십 스토어 방문을 추천한다. 최근 새단장을 마친 스토어에서는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잡화도 구경할 수 있다.

  • Industrial St, HUD – 3 khoroo, Ulaanbaatar 17062

자이승 힐 콤플렉스

자이승 힐 콤플렉스는 영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몽골 로컬 브랜드 상점과 기념품숍, 식당 등이 모여 있어 전망대에서 시내 전경을 감상한 다음에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명소다. 특히 자이승 전망대 중간 지점에서 이어지는 쇼핑몰 입구를 통해 올라가면,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계단의 수고로움을 조금 덜 수 있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 Khan-Uul district, 11th khoroo, Dunjingarav 14, Ulaanbaatar 17023
  • 글. 최선미
  • 사진. 박신우
  • 대한항공은 인천—울란바타르 직항 편을 주 7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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