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선, 회화적 탐험과 독창성이 만날 때
전현선 작가는 현대 미술계가 주목하는 라이징 K-아티스트다. AI에 의한 복제가 범람하는 시대, 회화의 진정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K-아트의 미래’, ‘차세대 국가대표 미술인’이라 평가받는 전현선을 〈모닝캄〉이 만났다.
경계를 넘는 회화
현대 미술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수많은 작가가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작가는 시대를 초월하는 지속적인 가치를 갖는다. 오리지널리티는 작가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현대미술의 빠른 소비구조 속에서도 차별성을 부여한다. 전현선 작가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성 짙은 회화 세계를 통해 미술관과 젊은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 국제 미술계가 주목하는 라이징 K-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과 일상적 이미지를 결합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2023년, 세계적 갤러리 에스더쉬퍼의 첫 한국인 전속 작가로 선정됐으며, ‘K-아트의 미래’, ‘차세대 국가대표 미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종근당 예술지상, 2019년 송은미술대상, 2022년 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 2023년 안국미술상 작가로 선정됐고, 2024년에는 장프랑수아 프라 재단의 현대회화상 최종 후보 3인에 선정되며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현선의 회화는 강렬한 색감과 독창적인 화면 구성으로 특징지어진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화면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며, 공간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독특한 감각을 구현한다. 그녀는 특정한 서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열린 구성을 지향한다. 화면 속 요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상자가 작품을 탐색하며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전현선의 무대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파리 르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오는 6월에는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 참가해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언리미티드’ 섹션에서 회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는 대형 설치, 조각,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 섹션으로, 작가들에게 기존 전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확장된 공간에서 실험적 시도를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 다니엘 뷔랑, 올라푸르 엘리아손, 쿠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전현선은 기존의 길쭉한 패널을 연결하는 회화적 방식을 확장해, 작품을 수평으로 눕히고 곡선 형태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마치 배를 연상시키며, 작가가 어린 시절 컴퓨터와 게임을 통해 경험한 디지털적 시각 요소를 회화적으로 구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또한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오브제를 결합해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유동적인 시각적 효과를 연출할 계획이다. 지금 가장 바쁜 신진 작가인 전현선을 만나 묻고, 들었다.
인터뷰
‘K-아트의 미래’, ‘차세대 국가대표 미술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담되는 수식어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 작업에 더 집중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화려한 소개에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20대 때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화집을 보며 잠들기도 하고,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강렬하게 다가와 그것을 구현하는 데 몰두하는 편입니다.
작품의 회화성이 강하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이야기가 궁금해져요.
저는 회화를 사랑합니다. 회화는 가장 오래된 시각예술이면서도, 캔버스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한계에서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이를 확장하는 과정에 의미를 둡니다. 제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입니다. 관객이 작품을 단번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혼란을 느끼다가 점차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익숙한 공간감이나 거리감, 사물의 중요도가 기존 인식과 다르게 배치돼 있음을 발견하며, 현실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또한 제 의도를 그대로 읽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길 바랍니다. 화면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처럼 자유롭게 해석되며, 중력이나 고정된 위치, 명확한 관계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읽힙니다. 단순히 “뿔이 그려져 있네”가 아니라, 그 뿔이 놓인 방식과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편 작품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한된 캔버스 속에서 그림이 확장되는 순간도 정말 흥미롭습니다. 결국, 작품이 특정 공간에 놓이며 새로운 의미와 언어를 가지게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상자가 제 그림들 사이를 탐색하고 경험하며, 그 과정이 의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안에서 한국성이 엿보입니다.
저는 ‘한국적’이라는 개념에 열려 있지만, 그 뉘앙스에서는 벗어나려 노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접해온 한국 전통 회화가 무의식적으로 저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특히 책가도를 좋아하거든요. 물론 민화의 강렬한 색감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 전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는 전통이 있고, 전변법(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는 기법) 같은 요소도 다양한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양화를 공부했지만 서양미술을 직접 접하며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가도에서 보여지는 사물과 개념을 기록하는 방식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전통적인 원근법을 따르지 않고 시점을 무시한 배치로, 이런 방식은 실재하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담기보다는 기록하고 축적하는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형태가 다소 어색하고 공간이 뒤틀려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작업에서 구현하고 싶은 공간과 비슷하게 다가옵니다. 제 작업 역시 재현이 아니라 기억과 기록이 겹쳐지며 형성되는 장소로서 책가도의 유동적인 시점과 공간 배치가 매우 닮아 있습니다.
주로 초록색을 사용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초록색을 보면 직관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저 스스로 그림을 그릴 때 한층 자유로워집니다. 화가라면 누구나 캔버스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초록색을 떠올리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해방감이 차오릅니다.
제 작업은 고전 동화, 성경, 신화처럼 오래된 이야기들을 재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런 서사 속 배경이 주로 숲, 산, 들판 같은 자연이기에, 제가 그리는 자연도 현실의 풍경이라기보다 이야기의 무대에 가깝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특정한 숲을 묘사하기보다 그 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거대 서사보다는 주로 작은 디테일들이 곳곳에 숨겨진 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경계를 허물어가는 경험을 가장 흥미롭게 여깁니다. 이는 일상에서 자주 겪는 자연스러운 순간들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에 집중하다가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거나, ‘안과 밖’이나 ‘행복과 슬픔’처럼 대립되는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경계의 붕괴는 회화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주제이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되 회화 안에서는 은유적으로 표현되길 원합니다.
또한 제 그림이 강요된 메시지보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각언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성향은 제 작업뿐만 아니라 제가 삶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저는 세상을 바라볼 때 큰 구조에서 세부로 분석해 들어가는 방식을 어렵게 느낍니다. 저는 크고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이고 작은 경험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작가님의 앞으로가 궁금합니다.
회화는 언어를 넘어서는, 언어로 완벽히 묘사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을 볼 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자유로움과 풍부함을 느꼈으면 해요. ‘말이 필요 없는 미술’이라는 말처럼 내 작업과 전시가 ‘말이 필요 없는, 보는 그 자체로 즐거운’ 작품이면 좋겠습니다.
전현선을 만날 수 있는 곳
갤러리2 서울
전현선 개인전
2025. 6. 19 – 7. 19
갤러리2는 2007년 개관한 후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현선은 서울에서 3년 만의 개인전을 열며 갤러리 공간에 반응하는 신작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 gallery2.co.kr
아트 바젤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2025. 6. 19 – 6. 22
아트 바젤은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페어 중 하나로 글로벌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전현선은 회화적 방식을 확장하는 설치 회화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 artbasel.com
- 대한항공은 인천 — 취리히 직항 편을 주 3회 운항한다.
- 글. 최진이
- 사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