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 June 2025 (Vol. 49 No. 03)

도시가 연주하는 재즈, 고베

100여 년 전, 고베항에 세계를 향해 나선 배들과 함께 낯선 리듬이 다가왔다. 개항과 동시에 유입된 서양 문화 속에서 재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매혹적인 방식으로 이 도시에 뿌리내렸다. 선원들의 라디오에서, 카페의 조그만 무대 위에서 재즈는 고베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재즈는 늘 순간을 담는다. 하지만 고베에서 재즈는 순간에 머물지 않는다. 항구에서 시작된 멜로디는 도시의 시간과 함께 쌓여갔고 그 여운은 지금도 거리에 남아 있다. 지금, 일본 재즈의 발상지 고베로 떠나보자.

© Sone

소네

고베 재즈의 정수를 맛보다

1969년에 문을 연 소네는 고베 재즈를 대표하는 라이브 레스토랑이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아늑한 조명, 수준 높은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일 다른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재즈 스타일을 선보인다. 관객과 연주자 간 거리가 가까운 무대 구성 덕분에 음악과 호흡하는 듯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kobe-sone.com

고베 재즈 스트리트

거리 전체가 재즈 무대가 되는 날

매년 10월, 고베 기타노 지역에서는 ‘고베 재즈 스트리트’가 열린다. 거리에 줄지어 선 교회, 회관, 호텔 로비 등 10여 개의 장소는 모두 무대가 되며 클래식 재즈부터 스윙, 비밥까지 다양한 재즈 스타일이 하루 종일 울려 퍼진다.
손목에 패스를 차고 거리 공연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관객들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재즈 클럽처럼 누빈다. 1982년 시작돼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고베가 일본 재즈의 발상지임을 실감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행사다.

  • kobejazzstreet.gr.jp

모쿠바스 태번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공간

1977년, 산노미야 중심가에 문을 연 작은 재즈 카페. 이듬해인 1978년부터는 본격적인 라이브 공연을 시작하며 고베 음악 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에는 토어웨스트 북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진한 음악의 온도는 여전히 변함없다.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에드워드 양을 비롯해 작가 다니카와 슌타로, 재즈 연주자 사카타 아키라 등 수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찾았다. 재즈 카페라는 틀에 가둘 수 없는 고베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 mokuba-kobe.com

보이스

7000장의 레코드와 커피 한잔

처음엔 ‘사보이’라는 이름의 카레집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약 7000장 이상의 레코드를 보유한 레트로 재즈 카페로 사랑받고 있다. CD가 대세이던 시기에 레코드에 대한 애정을 지켜낸 곳으로, 알텍 604B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재즈 사운드로 유명하다. 엄격한 분위기의 재즈 카페라기보다 누구든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 jazz-voice.biz

치킨 조지

7000장의 레코드와 커피 한잔

고베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라이브 하우스 중 하나인 치킨 조지는 록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1세대 라이브 하우스부터 현재까지 4세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오며 고베 음악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초기에는 카바레가 2층에 있었으나 관객이 몰려 바닥이 흔들릴 정도가 되자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이저 밴드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다양한 세대와 장르가 이곳에 모이며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 chicken-george.co.jp
  • 글. 츠네미 다이스케
  • 대한항공은 인천 — 고베
    직항 편을 주 14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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