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새로운 문화 지도,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
최근 호주 시드니를 찾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곳은 바로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이다. 2021년,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두 개의 건물로 확장된 이 미술관은 시드니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Jenni Carter
역사와 지역이 공존하다
1871년 미술 아카데미 설립을 시작으로 개관한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은 현재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이다. 15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미술관은 시드니 중심업무지구(CBD) 동쪽에 위치한 도메인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도메인은 왕립 식물원과 하이드파크에 인접한 넓은 공공 공간으로, 다양한 대형 행사가 열리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문화·여가 공간이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근 시드니 만에서 유니언잭이 처음 게양되며 호주의 식민지화가 시작된 이래, 오늘날 도메인은 시드니 원주민(애버리지니)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이 깊이 뿌리내린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여러 차례의 증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 중심이 되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본관은 1896년부터 1909년까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의 건축가이자 시드니 중앙역을 설계한 월터 리버티 버넌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 미술관은 지역과 함께 성장해오며, 호주와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미술품은 물론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제도 예술작품까지 폭넓게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도메인 지역은 점차 도심과 단절되었고, 특히 미술관과 식물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케이힐 고속도로가 건설되며 시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시드니 모던 프로젝트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드니 모던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변화가 시작됐다. 2015년 프리츠커건축상 수상자이기도 한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이끄는 유닛 건축사무소 사나(SANAA)가 새 미술관 설계를 맡아 작업을 진행해 2022년 12월 드디어 문을 열었다. 신관 미술관을 완만한 경사지에 배치함으로써 본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으며, 일련의 파빌리온으로 연결되어 내부와 외부 공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완성됐다.
진입부인 웰컴 플라자는 물결무늬 유리 캐노피로 구성됐다. 이 유리 캐노피는 광장에 드는 빛의 양을 조절해 여름에는 그늘을, 겨울에는 볕이 잘 드는 쉼터를 만든다. 두 개 층에 걸친 미술관 내부 아트리움에는 중앙에 에스컬레이터를 배치하고 벽 뒤와 외부에 계단을 두어 방문객이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하며 다양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미술관과 마주하는 지상층의 신관 미술관 외벽은 투명한 유리로 마감되어 창 너머로 항구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층고가 5m가 넘는 대형 갤러리 두 개가 자리하는데,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로열 보태닉 가든스
시드니 항구 근처에 위치한 아름다운 왕립 식물원. 1816년에 설립돼 호주의 식물학적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과학 기관이자,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도심 속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botanicgardens.org.au
핑거 워프
울루물루의 핑거 워프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부두 중 한 곳으로, 과거 화물 부두였지만 현재는 레스토랑, 마리나, 럭셔리 호텔 오볼로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오토(이탤리언), 차이나 돌(중식), 만타(해산물), 킹슬리스(스테이크) 등 고급 레스토랑과 오볼로 호텔 내 비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알리바이 레스토랑이 있다.
레이디 매쿼리의 의자
1810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 라클런 매쿼리가 부인 엘리자베스를 위해 죄수들에게 바위를 깎아 만들게 한 의자로, 식민지 시대 호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산이다. ‘매쿼리 부인의 의자’로 알려진 이곳은 시드니 왕립 식물원 내에 위치해 있으며, 시드니 항구와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지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포츠 포인트
포츠 포인트는 미식 레스토랑, 소규모 갤러리, 독립 서점, 빈티지 숍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19세기 빅토리아풍 테라스 저택과 부티크 호텔이 혼재해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현지 예술품과 수제 상품을 판매하는 마켓이 열린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
1826년에 설립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 중 하나. 모바일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컬렉션과 미첼 도서관 열람실, 셰익스피어 룸의 아름다운 건축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꼽힌다.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
- sl.nsw.gov.au
사람과 환경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사나의 건축
신관 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외부 공간에 있다. 엇갈려 배치된 각 파빌리온 사이는 외부 풍경이 미술관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 수 있도록 섬세하게 기획됐다. 일곱 개의 직사각형 지붕과 캐노피로 이루어진 아트 테라스는 약 3400㎡에 달하는 정원이자 야외 전시 공간이다. 시드니의 온화한 기후 덕택에 방문객은 1년 중 언제라도 각 파빌리온을 연결하는 계단과 길을 따라 건물 안팎을 오가며 자신만의 동선으로 미술관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올해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건축 부문 로열 골드 메달을 수상하면서 시드니의 뉴사우스웰일스미술관을 비롯해 뉴욕의 현대미술관, 가나자와의 21세기 현대미술관, 로잔의 롤렉스 러닝 센터 등 사나의 대표작들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투명한 유리 벽, 가벼운 지붕, 위계 없는 공간 등은 사나 건축의 공통적 특징이기도 한데, RIBA는 투명성과 자연광으로 주변 환경을 통합하고 사람간 연결을 촉진하는 일련의 작업이 현대건축에 기여한 공로라고 인정한 것이다.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들이 함께 새로운 생활 방식과 학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사람을 초대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사나의 말처럼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은 사람과 자연, 건축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김정은은 월간 <SPACE>의 편집장이다. <SPACE>는 1966년 <空間>이란 제호로 창간한 이후 건축과 도시, 예술, 철학 등을 폭넓은 시각으로 아우르며 한국 건축사에서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받고 있다.
- 글. 김정은
- 사진. 이완 반
- 대한항공은 인천 — 시드니 직항 편을 주 7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