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청두를 만나기 좋은 때
좋은 비는 내릴 때를 알고 있듯, 도시에도 찾아가야 할 때가 있다. 판다와 훠궈로 잘 알려진 청두. 오래된 골목을 걷고, 공원 안 찻집에 앉아 차 한 잔으로 오후를 보내고, 작은 식당들이 모인 골목으로 향한다. 영화 〈호우시절〉이 포착했던 것처럼 청두는 거대한 볼거리보다 사람과 시간, 일상의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도시다.
두부차오탕(두부초당) 박물관
⚑ 28 Caotang Rd, Qingyang District
영화 〈호우시절〉의 배경으로 나왔던, 시성(詩聖) 두보의 일생 속 초록빛 쉼표와도 같은 곳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아들이 아사하는 고통을 겪은 후 청두로 온 두보는 삘기로 지붕을 이어 초가를 지었다. 이곳에서 보낸 약 4년 동안 그는 240여 수의 걸작을 남겼고, 마침내 다시 세상으로 나갈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두푸차오탕의 초록빛 그늘 아래를 걸으며 두보의 시를 읊노라면 청두가 우리의 삶에도 다정함을 건네오는 것이 느껴진다.
싼싱두이보우관(삼성퇴 박물관)
⚑ 133 Xi’an Rd, Guanghan City
1929년 쓰촨성의 한 농부가 물길을 파다 우연히 옥그릇을 발견하면서 청동기시대에 존재했던 국가 고촉의 흔적이 담긴 고촉 문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청동 가면들이 가득한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고대 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눈이 불룩 튀어나온 가면과 높이 4m에 달하는 청동신수를 올려다보며 수천 년 전 사람들의 마음으로 청동기시대를 걸어볼 수 있다.
허밍차서(학명차사) 야외 찻집
⚑ 9 Citang St, Qingyang District
청두 사람들에게 차는 일상이자 삶의 완급을 조절해 주는 음료이다. 인민 공원 안에 위치한 허밍차서는 100년 이상 운영 중인 야외 찻집으로, 청두 사람들의 인생 곳곳에 느긋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청두의 어린이는 할머니 손을 잡고 오고, 어린이가 자라 청년이 되면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러 온다. 개완에 담긴 쓰촨 녹차를 맛보는 순간 현지인이 되어, 그들처럼 여유를 진심으로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TIP 청두 사람들은 귀 청소를 좋아하기 때문에 허밍차서에도 귀 청소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둥자오지이(동교기억) 문화 창의 산업단지
⚑ 1 Jianshe South Branch Rd, Chenghua District
이곳은 과거 전자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지대였다.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공장들은 외곽으로 옮겨갔고, 남겨진 공장은 청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붉은벽돌을 쌓아 올린 거대한 창고와 녹슨 철제 계단, 하늘을 가로지르는 산업용 파이프가 옛 공장지대의 풍경을 간직한 이곳에는 현지인들의 예술적 숨결이 스며 있다. 스팀펑크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겨보자.
쿠이싱러우제(괴성루가) 거리
⚑ Kuixinglou St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콴자이샹쯔 거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로컬들의 천국 쿠이싱러우제 거리가 나온다. 화려한 겉 포장보다는 맛과 활기로 승부를 보는 미식의 성지이다. 저녁이 되면 가게 앞에 간이 탁자와 의자들이 늘어서고, 사람들은 자기만의 맛집을 찾아 줄을 선다. 맥주 한잔에 눈물이 핑 돌도록 매운 꼬치 촨촨을 먹으며 옆 테이블 손님과 한두 마디 주고받다 보면 청두 사람이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 Tip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이다 보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대체로 만족도가 높아 어디서 무엇을 먹든 실패가 없다는 평이 많다.
쓰촨 자이언트판다 보호구역
⚑ 1375 Xiongmao Blvd, Chenghua District
청두 사람들에게 판다는 일상 속 존재이자 청두 특유의 슬로 라이프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원래 육식동물이었지만 식물인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기 시작했다. 판다의 하루는 대부분 식사와 수면으로 채워져 있는데, 느긋하게 대나무를 먹고 쉬는 모습이 청두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이것은 이들이 판다를 단순히 관광자원이 아닌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 Tip 판다는 오전 10시 이후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방문하라.
룽썬위안(용삼원) 식당
⚑ 60 Qintai Rd, Qingyang District
청두는 길거리에서도 마라훠궈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훠궈를 파는 식당이 많다. 이곳은 마라훠궈의 맛도 훌륭하지만, 청두 사람들이 훠궈와 함께 주문하는 한 입 크기 돼지고기 튀김인 샤오쑤러우, 흑설탕 시럽을 곁들인 찹쌀떡 훙탕츠바, 식물의 씨앗을 젤리로 만든 디저트 빙펀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청두의 훠궈 문화를 즐기기 좋다.
- 대한항공은 인천 — 청두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한다.
- 이소정은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고대사를 공부했으며, 중국 책을 번역하고 중국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번역가이다. 청두를 여행하고 쓴 에세이집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청두에서 가볼 만한 장소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