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 August 2026 (Vol. 50 No. 04)

강이 그리는 브리즈번 & 파도가 빚는 골드코스트

강을 따라 걷고, 페리를 타고, 수변 공원과 도심 속 해변에 머문다. 2032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도시를 새롭게 그려가는 브리즈번에서 강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과 여가를 만들어내는 무대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남쪽의 골드코스트에서 바다와 하늘,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이어진다.

해 질 녘, 브리즈번의 상징인 스토리 브리지를 오르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브리즈번강 위를 오가는 시티캣과 하워드 스미스 워브스의 불빛이 어우러져 도시 특유의 여유로운 수변 풍경을 완성한다.

아열대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유명한 브리즈번은 최근 호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 중 하나다. 2032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수변과 공공 공간, 보행 네트워크를 새롭게 정비하며 도시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브리즈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변화의 속도보다 변화의 방식이다. 강을 따라 걷고, 페리를 타고, 수변에 머무는 일상 속에서 도시는 풍경이 아닌 경험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남쪽의 골드코스트에서 바다와 숲, 수평선으로 확장된다. 강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 브리즈번, 자연과 감각의 도시 골드코스트. 서로 다른 두 도시의 풍경과 라이프스타일은 두 도시를 품은 퀸즐랜드만의 매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 브리즈번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수변 공원 중 하나다. 강 너머로 퀸즈 워프가 보인다.

2032 하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도시, 브리즈번

오늘날 브리즈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는 수변이다. 오랫동안 도시를 가로지르던 브리즈번강이 이제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사람들이 머물고, 걷고, 연결되는 생활의 무대로 바뀌었다. 2024년 단계적 개장을 시작한 ‘퀸즈 워프 브리즈번’은 그 흐름을 상징한다. 수변을 따라 공공 공간과 호텔, 전망대, 문화시설이 들어서며 도시의 새로운 축을 만들고 있다. 퀸즈 워프와 사우스 뱅크를 잇는 ‘네빌 보너 브리지’는 그 방향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보행 전용 다리는 브리즈번 중심업무지구(CBD)와 사우스 뱅크 문화지구를 연결하며, 수변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도시 경험을 강화하려는 브리즈번의 변화 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곳곳으로 이어진다. 브리즈번강을 따라 조성된 ‘브리즈번 리버워크’는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대표적인 수변 보행 네트워크다. 특히 뉴팜 리버워크 구간은 스토리 브리지와 도심 스카이라인을 한층 더 가까이에서 조망하며 브리즈번의 수변 문화를 경험하기에 좋다. 또한 스토리 브리지 아래 옛 산업 공간은 산책로, 브루어리,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하워드 스미스 워브스’로 재탄생해 지금 브리즈번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소 중 하나가 됐다. 이곳 역시 최근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브리즈번시는 부티크 호텔과 도시 최초의 강 위 수영장을 포함한 대규모 확장 계획을 승인하고, 올림픽에 맞춰 수변 공간을 더욱 넓혀갈 예정이다.

브리즈번시 장기 계획을 다룬 ‘브리즈번 비전 2031’과 아열대기후 맞춤 도시 디자인 가이드 ‘숨 쉬는 건축’에 따르면 브리즈번은 초고층 건물보다 강과 녹지, 야외 생활이 어우러진 ‘아열대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지향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있다는 것이 브리즈번의 생각이다.


강과 함께 살아가는 아열대 도시

‘시티캣 페리’를 타고 브리즈번의 수변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강 위를 오가는 수상 대중교통으로 시민들의 출퇴근과 일상 속 이동을 책임진다. 여행자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타면 브리즈번강이 도시를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사우스 뱅크’ 또한 브리즈번의 도시 활용법이 잘 드러나는 장소다. 1988년 개최한 세계박람회 부지를 시민 공원으로 재생해 1992년 개장한 이곳에는 도심 속 인공해변인 스트리츠 비치가 조성돼 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이 수영과 피크닉을 즐기며 일상의 풍경을 만든다.

사우스 뱅크를 따라 이어지는 문화지구에는 퀸즐랜드 아트갤러리 & 현대미술관(QAGOMA), 공연예술센터(QPAC), 주립도서관, 박물관이 모여 있다. 그리고 올해 초 이곳에 새롭게 등장한 ‘글라스하우스 시어터’는 브리즈번 문화 인프라 확장의 상징적인 사례다. QPAC의 다섯 번째 공연장으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스뇌헤타와 브리즈번의 건축사무소 블라이트 레이너가 설계했다. 호주 원주민 예술가이자 공동체 원로인 릴라 왓슨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파사드는 브리즈번강의 물결을 담았으며, 발레와 오페라, 뮤지컬까지 수용하는 새로운 문화 인프라로서 브리즈번이 올림픽 도시를 넘어 보다 입체적인 문화 도시로 도약하고자 함을 드러낸다.

하루의 끝, 스트리츠 비치 맞은편, 퀸즈 워프 브리즈번의 ‘더 스타 스카이덱’에 오르면 그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보행 네트워크와 재생된 수변 그리고 확장되는 스카이라인까지. 브리즈번의 정체성은 랜드마크보다 강과 공원, 야외 공간을 일상처럼 누리는 사람들의 풍경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커럼빈 비치의 엘리펀트 록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드코스트 해안선. 멀리 수평선 위로서퍼스 파라다이스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수평선이 열리는 곳,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1시간 남짓. 고층 빌딩과 수변 도시의 질서 대신 바다와 하늘로 시야가 확장된다. 바로 골드코스트다. 오전 6시, ‘패덕 베이커리’에서 이른 하루를 시작해 보자.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전통 목조주택 퀸즐랜더를 개조한 브런치 카페로, 넓은 처마와 정원, 야외 테라스로 이뤄진 구조가 아열대기후에 맞춰 발전해 온 퀸즐랜드의 생활 문화를 보여준다.

골드코스트를 상징하는 유명 관광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커럼빈 비치’가 나온다.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인 커럼빈 앨리를 중심으로 이른 아침부터 서퍼들이 모여들고, 해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과 조깅하는 주민들이 하루를 시작한다. 바다와 커럼빈 크릭, 해안 숲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은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골드코스트의 일상을 보여준다.

골드코스트의 바다는 여기에 한 가지 경험을 더 선사한다. 매년 5월 말부터 11월 사이 수천 마리의 혹등고래가 이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데, 메인 비치 일대에서는 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고래 관찰 투어가 운영된다. 수면 위로 몸을 드러내는 거대한 혹등고래의 움직임은 고래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에는 문화공간도 늘고 있다. 홈 오브 디 아츠, 즉 ‘호타(HOTA)’는 공연장과 전시장, 야외 공원, 호수가 결합된 문화지구로 골드코스트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2021년 문을 연 호타 갤러리는 호주 최대 규모의 지역 공공미술관 중 하나로, 해변 도시로 알려진 골드코스트에 새로운 문화층을 더하고 있다.


24 Hours in Brisbane

변화하는 도시와 변하지 않는 풍경 사이에서 지금의 브리즈번을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장소들

버넷 레인 골목 + 존 밀스 힘셀프 카페 & 바

브리즈번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 중 하나인 버넷 레인은 창고와 물류의 공간에서 카페와 스몰 바, 스트리트아트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인근의 존 밀스 힘셀프는 1919년 지어진 옛 인쇄소 건물을 활용한 카페 겸 바로, 브리즈번이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풍경으로 바꾸는 방식을 보여준다.

브리즈번 그리터스 투어

브리즈번을 가장 ‘브리즈번답게’ 경험할 수 있는 무료 워킹 투어. 시민 자원봉사자 ‘그리터’가 직접 안내하며, 유명 랜드마크보다 골목, 생활 풍경, 숨은 역사, 로컬 이야기를 중심으로 브리즈번을 소개한다. 도시를 ‘보는 것’보다 ‘사는 방식’을 이해하는 경험에 가깝다. 약 2시간 소요.

  • www.brisbane.qld.gov.au

브리즈번의 작은 문

도시 곳곳에 숨겨진 미니어처 문 찾아보기. 2017년경 아티스트 메이스 로버트슨이 시작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우연히 작은 문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브리즈번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브리즈번 전역에 수십 개의 작은 문이 흩어져 있는데, 도시를 ‘걷는 경험’으로 즐기게 만드는 귀여운 장치다.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

1927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코알라 보호구역. 브리즈번을 대표하는 자연 명소 중 하나로, 100마리 이상의 코알라를 비롯해 캥거루, 왈라비 같은 호주 고유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단순한 동물원이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와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기관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 www.lonepinekoalasanctuary.com

스토리 브리지 등반

브리즈번의 상징인 스토리 브리지를 직접 걸어 올라가는 체험 프로그램. 브리즈번강 위 약 80m 높이까지 올라가며 CBD 스카이라인, 모턴 베이, 글라스하우스 마운틴까지 360° 파노라마 전망을 볼 수 있다.

  • www.storybridgeadventureclimb.com.au
  • 글. 최진이
  • 사진. 박신우
  • 대한항공은 인천 — 브리즈번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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