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학을 따라 걷는 도시,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단순히 책을 읽는 도시가 아니라, 책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이 도시의 문학적 영혼은 거대한 도서관에만 있지 않다.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찾는 정원과 카페, 작은 서점들. 페이지를 넘기듯 함께 이 도시를 걸어보자.
메트로폴리탄 에르빈 서보 도서관
⚑ Reviczky u. 1, 1088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람실은 이 도시 최대 규모의 공공도서관인 메트로 폴리탄 에르빈 서보 도서관에 있다. 1889년에 지어진 신바로크 양식의 벵크하임 궁전을 개조한 이곳에서 방문객들이 유독 사랑하는 공간은 4층이다. 과거 벵크하임 백작 가문의 응접실과 살롱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열람실로 바뀌었는데, 마치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ISBN+ 서점 & 아트센터
⚑ Baross u 42, 1085
가장 세심하게 디자인되고 시각적으로도 영감을 주는 책들은 예술·디자인 전문 서점의 서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분야를 사랑하는 이들이 몇 시간이고 머물며 책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수도에나 하나쯤 필요하다. 부다페스트에서는 그 역할을 ISBN+가 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헝가리는 물론 세계 각국의 최신 예술·디자인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지역 예술가들이 직접
제작한 독립 출판물을 판매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센트럴 그랜드 카페 & 바
⚑ Károlyi utca 9, 1053
20세기 초 부다페스트는 문학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도시 중 하나다.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뉴욕 카페와 함께 문인들의 주요 아지트 역할을 했던 곳이 바로 1887년에 문을 연 센트럴 그랜드 카페 & 바다. 여러 차례의 폐업과 재개장을 거친 끝에 현재는 다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헝가리 문단의 중심 인물들이 이곳에 모였던 만큼, 카페는 인테리어와 메뉴를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커피와 브런치는 물론, 2026년 봄부터는 예약 프로그램을 통해 헝가리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임레 케르테스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헌정하는 특별 디저트와 문학 행사도 선보인다.
켈레트 카페 & 갤러리
⚑ Bartók Béla út 29, 1114
여행자들은 종종 언덕이 많은 부다 지역을 일정에서 제외하곤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거리 중 하나인 버르토크 벨러 대로가 바로 이곳에 있다. 약 20m 간격으로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지는 거리다. 그중에서도 켈레트 카페 & 갤러리는 현대 헝가리 문학·예술계 인사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다. 진하고 향긋한 커피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이곳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창밖으로는 부다페스트의 상징인 노란 트램이 덜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노테시 & 코
⚑ Frankel Leó út 9, 1027
노테시 & 코는 28㎡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노트 제작에 관한 전문성이 응축된 공방이다. 현대적이면서도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이곳에서는 예술적으로 제작된 노트를 소량 생산한다. 정갈하게 꾸며진 매장에서 위트 넘치는 문구가 담긴 노트를 구매할 수 있으며, 원하는 문장을 넣어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공방 수업도 진행하므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 방문하면 직접 노트 제본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만 운영하므로 방문 전 영업일을 확인해야 한다.
부다 컬렉션
⚑ Margit körút 36, 1027
부다 컬렉션은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머르기트 지구의 새로운 명소 중 하나로, 고서점이자 카페, 문화공간의 역할을 함께하는 곳이다. 서가에는 희귀한 헝가리어 및 외국어 서적과 잡지, LP 레코드가 진열돼 있으며 독특한 오브제와 가구도 판매한다. 매장 안의 모든 물건은 구매가 가능하고, 레코드는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특히 책 표지가 전면에 보이도록 진열해 마치 서점이 아닌 작은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카롤리 정원
⚑ Károlyi kert 25, 1053
도심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찾기 좋은 곳이 카롤리 정원이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으로, 최근에는 인접한 페퇴피 문학박물관의 공원과 다시 연결되며 문학 애호가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식 정원으로 조성된 이곳에는 아름다운 마로니에 가로수 길과 분수, 놀이터 외에도 특별한 공공 책장이 마련돼 있는데,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고 나갈 때 제자리에 반납하면 된다. 날씨가 좋으면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 대한항공은 인천 — 부다페스트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