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 August 2026 (Vol. 50 No. 04)

지구를 떠난 영웅,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래, 얼굴은 과대평가돼 있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는 광활한 우주의 한구석에서 외계인 로키와 조우한다.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머리도 몸통도 없이 다섯 개의 다리로만 이루어진 로키의 외양을 겁내거나 징그러워하는 대신, 그는 침착하게 행동한다. 먼저 보디랭귀지를 총동원해 로키를 해칠 의사가 없음을 전달한다. 그리고 로키의 소리를 녹음해 엑셀 시트에 기록하고 점차 어휘를 늘려간다. 둘 사이의 교류를 위한 약식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21세기 할리우드 SF영화의 영웅인 그레이스가 지닌 최고의 능력은, 탁월한 전투력이나 비장한 사명감이 아니다. 그가 가진 것은
개방성과 인내심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이다.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듀오 감독이 제시하는 영웅의 조건과 관계 속 문제 해결 방식은 2026년을 사는 우리의 동시대적 고민을 반영한다. 영화는 그레이스의 가족이나 연인, 심지어 친구의 존재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런 삶에 특별한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 분자생물학자였던 그는 생명이 물 없이도 진화할 수 있다는 논문으로 학계에서 배척당한 뒤 중학교 과학 교사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새 직업과 일상에 만족한다. 털실로 짠 작은 공을 모델 삼아 아이들에게 태양계를 설명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삶이다.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인류를 구하고자 목숨을 던질 정도로 용감하지는 않다. 용기는 대개 지켜야 할 존재가 있을 때 발휘되는데, 그에겐 그런 대상이 없다. 에리드 행성의 엔지니어 로키는 바로 그런 그레이스에게 처음으로 공존해야 할 타자로 나타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레이스가 우주선에서 코마로부터 깨어나며 시작된다. 자신과 함께 동승한 두 사람, 사령관과 엔지니어의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그레이스는 잃어버린 기억을 서서히 되찾는다. 기억에 의하면 중학교 과학 교사였던 그는 태양 온도가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전 지구적 협력 프로젝트에 강제 투입된다. 그의 임무는 태양을 포함한 별의 에너지를 먹고 번식하는 우주 단세포생물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되지 않은 별을 조사하는 것. 그러나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연료에는 한계가 있어 편도 운행만 가능하고, 임무에 나선 승무원들은 성공하더라도 귀환할 수 없다. 그레이스가 임무를 거부하자 냉정한 지휘자 에바 스트러트(잔드라 휠러)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지구에서 댁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개도 없고.”

© 2026 Amazon Content Services LLC.

동병상련의 두 미아-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상대의 우주에서도 호흡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비를 함께 설계하고 제작한다. 말 그대로 공존을 위한 협업이다. 즉 둘의 관계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협력적 노력 끝에 구축된다. 로드와 밀러 듀오 감독의 전작 〈21 점프 스트리트〉는 서로를 보완하는 콤비의 이야기였고, 〈레고 무비〉는 집단적 창의력이 이끄는 모험담이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그것은 마침내 인류를 넘어 미지의 존재들과의 해법으로 확장된다.

우주선 밖으로 나가 아스트로파지의 천적을 채집하는 위험한 임무 수행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과 숭고한 희생 장면까지, 영화는 여러 차례 감동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그레이스가 로키를 잘 알기도 전에 그의 표현만을 믿고 산소 헬멧을 벗는 장면이다. 그레이스는 과학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참을성 있는 태도로 로키에게 지구의 문화를 가르치고, 로키는 자신이 온 에리드 행성의 문화를 전한다. 하지만 이런 상호 학습을 통해 우정을 다지기도 전에 헬멧을 벗는 행위는 신뢰를 위한 첫걸음이자 그레이스에게 없는 줄 알았던 단순한 용기다. 머나먼 우주에서 이루어진 이 선택은 혈연과 국적, 성애의 규범 밖에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세대의 이상을 비춘다. 그리고 영화는 그 이상에 걸맞은 영웅상을 그려낸다.


물론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장르적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고전적 상업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에는 새로운 영웅상의 도입을 비롯해 시대정신에 접근하려는 노력도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할리우드식 재난영화는 인물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 플롯의 사슬을 이어나갔다. 대통령이든 화학자든 직업을 불문하고 주인공은 재앙 앞에서 돌연 액션히어로로 변신하기 일쑤였다. 앤디 위어의 소설을 각색한 21세기 우주 어드벤처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 경향을 뒤집는다. 낙천적 전문가인 주인공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전진하고, 전 우주에 닥친 재난을 단계별로 극복한다. 그가 맞닥뜨린 우주는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치명적인 외계 생명체의 근원지도,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체제 대결의 전장도 아니다.

전작에서 꾸준히 우정의 힘을 예찬해 온 이 영화의 두 감독은 원작자 앤디 위어의 서사 속 공존과 협력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연출해 냈다. 나아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인간과 지구만이 우리의 동족과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일반적 전제에 반문을 던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여러 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인류에게 구원이란, 이방의 타자에게 손 내밀고 그에게 공감하며 협력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갖추는 일일지도 모른다.



#함께_보면_좋은_영화

21 점프 스트리트 (2012)

1980년대 동명의 TV 시리즈를 영화로 리메이크한 잠복 수사 코미디로, 〈리썰 웨폰〉(1987)류의 1980년대 경찰 버디영화에 대한 패러디를 겸한다. 채닝 테이텀과 조나 힐이 마약 거래망을 파헤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무리하게 위장하는 경찰 파트너 젠코와 슈미트로 등장한다. 장르가 가진 상투적인 면을 오히려 전력으로 끌어안아 성공했고, 이 영화는 속편인 〈22 점프 스트리트〉(2014)로 이어졌다.

레고 무비 (2014)

로드와 밀러 듀오 감독은 오래된 대중문화 콘텐츠를 시류에 맞는 영화로 만든다. 모두가 아는 장난감 블록을 소재로 스톱모션처럼 연출했다. 〈레고 무비〉는 네모반듯한 레고 월드에서도 가장 순응적인 건설노동자 에밋이 창의력에 눈떠가며 겪는 모험을 밀도 높은 코미디로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웃지 않는다면 당신이 바로 레고일지도 모른다.

컨택트 (2016)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로, 미지의 생물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테드 창의 소설을 영화화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외계인의 언어를 시각화하고 시간의 비선형성을 영화로 구현함으로써 각색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토니 에드만 (2016)

현재 유럽 예술 영화계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구애하는 배우가 된 잔드라 휠러를 국제적으로 알린 작품. 베이비붐 세대인 이상주의자 아버지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딸이 삶의 방식을 놓고 충돌한다. 제목의 ‘토니 에드만’은 냉담한 딸에게 다가서기 위해 아버지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MOVIE PREVIEW

#우주와_인간

인터스텔라

누구에게나 되돌리고픈 시간이 있다. 전직 우주비행사 쿠퍼(매슈 매코너헤이)는 병충해와 식량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인류가 살아갈 다음 행성을 찾기 위해 웜홀 너머 미지의 공간으로 향한다. 광활한 우주와 상대성이론 그리고 가족을 향한 사랑을 결합한 SF영화로 무한한 시간의 간극을 넘나드는 이야기.

마션

화성에 홀로 남겨졌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할까. 화성 탐사 도중 고립된 우주비행사 마크(맷 데이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식물학자인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감자를 재배하며 생존해 간다. 우주판 〈로빈슨 크루소〉 같은 이야기로 과학의 힘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척의 일생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순간, 사람들은 평범한 회계사 척(톰 히들스턴)의 사진이 곳곳에 나타나는 기묘한 현상을 목격한다. 영화는 39세에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에서 시작해 세 챕터에 걸쳐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 인간의 평범한 삶 속에 담긴 기억과 사랑, 상실의 순간들이 얼마나 찬란한 우주였는지를 비춘다.

크리에이터

인간과 AI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래.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정체불명의 비밀 병기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맡지만, 표적이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AI로 밝혀지자 예상치 못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가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 SF 블록버스터.


#영화의_사운드_속으로

© 2026 Lions Gate Entertainment Inc.
© 2012 Encore Inflight Ltd.

마이클

세계를 흔든 목소리와 춤 그리고 팝의 황제라는 수식.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1980년대 말의 배드 월드 투어까지 마이클 잭슨의 삶을 따라간다. 무대 위 전설과 무대 밖 인간 사이의 간극을 조명하고, 대표적인 공연 장면들과 함께 그의 음악적 열정을 보여주는 콘서트 같은 작품이다.

시라트

사막 한가운데 울려 퍼지는 테크노 비트.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아들과 함께 레이브 파티 현장으로 간 루이스(세르지 로페스)는 낯선 이들을 만나며 사막 횡단 여정에 휘말린다.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생사의 경계를 가르는 서사가 된다.

© 2026 Universal Studios
© 2026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송 썽 블루

음악을 사랑한 무명 뮤지션 부부의 실화를 각색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마이크(휴 잭맨)와 싱글 맘 클레어(케이트 허드슨)는 서로의 목소리에 끌려 커버밴드를 결성하는데…. 레전드 가수 닐 다이아몬드의 커버곡을 들으며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 2

성공 이후에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크리스천 록밴드 머시미의 리드 싱어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음에도 바트 밀러드(존 마이클 핀리)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버지로서의 한계를 느낀다. 노래로 신앙을 증명하던 그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원작과_함께

© 2026 Anuvu
© 202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몬테크리스토 백작

누명을 쓰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빼앗긴 젊은 선원 에드몽(피에르 니네이). 긴 감옥살이 끝에 탈출한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을 배신한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을 바탕으로 배신과 욕망, 복수를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시대극.

폭풍의 언덕

출신이 불분명한 소년 히스클리프(제이컵 엘로디)와 지주 집안의 딸 캐시(마고 로비)가 나누는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 두 남녀가 계급 갈등 속에서 서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에밀리 브론테의 고전을 각색해 사랑과 복수를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 2021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2025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쇼생크 탈출

은행의 부행장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앤디(팀 로빈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는 혹독한 감옥살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동료 죄수 레드(모건 프리먼)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나간다. 고난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그린 영화로,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을 담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망망대해 위에 소년과 호랑이 단둘만 남았다. 난파선 사고 이후 파이(수라즈 샤르마)는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 위에서 표류를 시작한다. 얀 마텔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생존을 위한 사투 속에서 인간과 자연, 신앙과 상상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의_타이밍

© 2026 UNIVERSAL STUDIOS
© 2025 “5 Centimeters Per Second” FILM PARTNERS

티켓 투 파라다이스

이혼한 부부 데이비드(조지 클루니)와 조지아(줄리아 로버츠)는 여행지 발리에서 만난 사람과 충동적 결혼을 선언한 딸을 말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회한다. 휴양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코미디로, 끝난 줄 알았던 관계의 온도를 유쾌하게 되살린다. 과연 끝난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초속 5센티미터

눈 내리던 밤의 약속, 보내지 못한 마음, 지나가 버린 계절들. 어린 시절을 공유하며 한때 서로의 전부였던 연인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멀어져 간다. 잊히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을 조용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 1998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SHOWBOX

유브 갓 메일

익명의 메일 친구지만 현실에서는 경쟁 서점의 라이벌 남녀인 조(톰 행크스)와 캐슬린(멕 라이언).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던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아날로그적 진심의 힘을 보여주는 로맨틱코미디.

만약에 우리

꿈도 사랑도 쉽지 않았던 2008년의 서울. 고향으로 가던 은호(구교환)와 어디론가 떠나던 정원(문가영)은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가까워지지만, 현실 앞에서 결국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둘의 이야기는 젊은 시절 사랑이 남긴 흔적을 조용히 돌아본다.

  • 탑승하시는 항공편에 따라 제공되는 콘텐츠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Share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