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취향을 만드는 방식
밀라노는 21세기에 들어 회색빛 공업도시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세계의 패션과 디자인을 이끄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르네상스의 유산과 동시대 예술, 디자인, 건축,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밀라노의 미감은 오늘도 새롭게 편집되고 완성된다.
뮤덱
세계로 열린 밀라노의 창
토르토나 지구의 옛 공업지대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뮤덱(MUDEC, Museo delle Culture)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밀라노의 대표적인 문화 박물관이다. 세계와 연결된 밀라노의 오늘을 상징하는 이곳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했으며, 깔끔한 현대적 선과 빛이 넘치는 내부 공간, 인상적인 중앙 아트리움으로 유명하다. 상설 컬렉션은 전 세계의 문화와 예술적 전통을 탐구하고, 기획 전시에서는 사진, 패션, 디자인,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주기적으로 소개한다. 뮤덱은 호기심과 문화적 교류, 세계적 영향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밀라노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폰다치오네 프라다
옛 증류소에서 피어난 현대 예술
1993년 설립된 폰다치오네 프라다는 현대미술 전시와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문화·예술 기관으로, 2015년 개관과 함께 밀라노의 문화적 위상을 한층 높였다. 프라다와 건축 스튜디오 OMA의 협업을 통해 버려진 증류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탄생한 이곳은, 산업 유산의 거친 매력과 현대건축의 대담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밀라노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창고와 공장 건물은 세심하게 복원하는 한편, 기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 외벽 전체에 금박을 입힌 ‘헌티드 하우스’는 폰다치오네 프라다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브레라미술관
보헤미안 감성과 우아한 미술관의 공존
브레라는 밀라노에서 가장 매력적인 동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예술가와 지식인, 작가들의 집결지였던 이곳은 지금도 보헤미안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809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브레라미술관이 자리한다. 위풍당당한 브레라 궁전 안에 자리한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수 세기에 걸친 이탈리아 미술을 아우르며, 카라바조, 라파엘로, 아이에츠, 벨리니의 작품이 그 핵심을 이룬다. 작품을 만나기 전부터 보이는 넓은 안뜰과 웅장한 홀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갤러리아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 & 두오모 대성당
유리 돔 아래의 일상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쇼핑몰은 19세기 건축가 주세페 멘고니가 설계하고, 이탈리아 초대 국왕의 이름을 붙였다. 철골과 유리로 이루어진 아치형 천장, 정교한 모자이크 바닥, 그리고 자연광이 쏟아지는 웅장한 중앙 돔으로 유명하다. 카페와 부티크, 레스토랑이 줄지어 선 회랑에서는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에스프레소와 식전주를 즐긴다. 단순한 쇼핑 아케이드를 넘어 밀라노의 우아함과 사교적 기질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으로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쇼핑몰 바로 옆에서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두오모 대성당은 은은하게 빛나는 칸들리아 대리석으로 지어진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가장 높은 꼭대기에 있는 황금빛 성모상으로 유명하다. 1386년에 착공해 약 6세기에 걸쳐 완성된 만큼 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코모 호수
호숫가로 떠나는 휴식
밀라노에서 차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코모 호수는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가파른 산과 우아한 빌라들에 둘러싸인 이 호수는 오랫동안 밀라노 시민과 예술가, 디자이너들에게 주말 휴식처로 사랑받아 왔다. 하루 종일 마을 사이를 오가는 페리를 타고 천천히 호수를 둘러보는 여정 또한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호숫가에서 여유로운 점심을 즐기기 위해서든, 완전한 고요 속에서 며칠을 보내기 위해서든, 어떤 목적의 여행자에게라도 코모 호수는 이탈리아 북부의 가장 아름다운 휴식처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 글. 마리아나 체리니
- 마리아나 체리니는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여행 저널리스트다. 전통과 혁신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오늘날의 이탈리아를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과 장소,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 대한항공은 인천 — 밀라노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