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 October 2025 (Vol. 49 No. 05)

도시를 실험하는 플랫폼, 긴자 소니 파크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 사람과 문화, 환경을 연결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등장했다. 관계로 완성되는 열린 플랫폼, 긴자 소니 파크를 들여다본다.


지하에서 옥상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산책로가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완성한다.

건축은 사건이다

1960년대 초, 영국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는 건축을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주변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사건의 인프라’로 상상했다. 그는 시민참여로 완성되는 개방적 공간인 ‘펀 팰리스’를 구상했지만 결국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건축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사유는 이후 도시와 공공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지금, 도쿄 긴자의 한복판에서 소니는 이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실험을 펼치고 있다. 그 이름은 긴자 소니 파크.

긴자 소니 파크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허무는 것’에서 시작했다. 1966년 지어진 옛 소니 빌딩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다시 고층 덩어리를 세우는 대신 잠정적 공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지난 1월, 이 공간에 지상 5층과 지하 3층, 총 여덟 개 레벨의 테라스를 기반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위한 실험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전략은 도시 한복판이라는 입지 조건에서는 드물게, 장소에 대한 방문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콘크리트 위에서 누군가는 망중한을 즐기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며, 또 누군가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바닥의 인터랙티브 타일에 반응하고, 연인들은 스피커 아래 조용히 앉아 음악에 귀 기울인다.


프로그램에 맞춰 유동적으로 활용되는 내부 공간

긴자 소니 파크의 도시 실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이 열린 공간은 “공원의 본질은 초록이 아니라 개방성이다”라는 총괄 디렉터 나가노 다이스케의 말을 증명한다. 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도시 속에 스며드는 ‘사용 가능한 빈 공간’의 은유로 새롭게 정의된다. 실제로 긴자 소니 파크는 전체 면적 중 약 40%를 시민에게 개방했다. 특별한 기능도 없다. 콘크리트 벤치와 큰 나선형 계단 하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머지 60% 또한 유동적인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소니가 실험 중인 기술, 미디어, 감각 인터페이스가 설치되기도 하고, 이벤트나 팝업,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쇼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간은 기술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실험의 장이 된다. 바닥의 타일은 진동을 통해 감각을 전달하고, 빛과 음향은 사용자의 동선에 반응한다. 예컨대, 관람객이 바닥을 걸을 때마다 소리의 층위가 달라지고, 디지털 파사드는 실시간으로 관찰자의 존재를 감지해 반응한다.

긴자 소니 파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의 편집’을 통해 사용자 주도의 공간 갱신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건축이 그저 사용자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건축을 다시 쓰게끔 만드는 구조, 바로 그 관계성이 이 공간의 진정한 동력이다. 무엇보다 소니는 자사의 정체성을 이 플랫폼 위에 전면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 기술 기업이 만들어낸 공간이지만, 이곳은 기술의 전시장이 아닌 사회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오픈소스에 가깝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공백을 유지한다는 것은 임대수익이나 브랜드 홍보와는 거리가 먼 결정이다.


긴자 소니 파크는 공원, 미술관, 이벤트 공간, 쇼룸, 산책로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옥상에서는 긴자 전경과 열린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Photo courtesy by Ginza Sony Park)

완성 대신 혁신을 선택하다

긴자 소니 파크는 상업성과 공공성, 전시성과 참여성, 기술성과 도시성의 경계에 선 공간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오늘날 도시 공간이 직면한 핵심적 과제, 즉 민간이 창출한 공공 공간의 책임과 지속가능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곳은 공공적 사유의 밀도를 실험하는 도시 공간의 역할을 한다. 이는 도시를 새롭게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며, 플랫폼을 통한 관계의 재배치 실험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거리의 한복판에서 임시성과 여백의 미학을 실험한다는 것은 자본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를 완결된 시스템이 아니라 늘 불완전하고 열려 있는 실험장으로 보는 기업 철학의 전환이자 장소의 존재 방식에 대한 도전이다. 긴자 소니 파크는 고정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매일 변화하는 사건의 무대를 제공하며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는 도시의 오픈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펀 팰리스가 그랬듯, 이곳 또한 완성될 수 없다. 긴자 소니 파크는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또 해체되며, 건축 아닌 건축으로, 도시를 다시 상상하는 플랫폼으로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관계이고, 설계가 아니라 여백이며, 건물이 아니라 사건이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Ginza Son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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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소니 파크 지하 3층에 자리한 캐주얼 다이닝 공간. ‘반접시’를 은유하는 이름처럼 두 가지 요리를 한 접시에 제공하는 것이 콘셉트로, 긴자 소니 파크의 철학을 이어받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제안한다.

  • sonypark.com/e/

긴자 식스

긴자에서 가장 큰 복합 쇼핑 문화공간. 200여 개의 패션·소품 매장, 영화관,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건물 중앙 아트리움 천장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대형 예술 작품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며 소개된다.

  • ginza6.tokyo

카페 드 랑브르

1948년 개업한 도쿄 커피 문화의 상징적 공간.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한 커피만을 고집하며, 장인의 손길로 내린 진한 한 잔은 시간을 초월한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커피 애호가들의 성지로 꼽힌다.

  • cafedelambre.com

쓰키지 시장

도쿄의 미식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시장. 도매 업장은 이전했지만 외부 시장에는 여전히 신선한 해산물, 스시, 간식류를 파는 가게가 즐비해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 tsukiji.or.jp

하마리큐 은사 정원

에도시대의 정취를 간직한 아름다운 정원. 도심 속 오아시스로, 해수 연못과 다실, 계절마다 바뀌는 꽃들이 고요한 일본의 정원을 체험하게 해준다. 도쿄만과도 연결돼 특별한 풍경을 자아낸다.

  • tokyo-park.or.jp/teien/en/hama-rikyu/
  • 최우용은 건축을 짓고, 글을 쓴다. 〈일본건축의 발견〉, 〈일본이라는 풍경, 건축이라는 이야기〉 등의 저자이며, 격월간 건축 매체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의 편집위원으로 있다.
  • 글. 최우용
  • 사진. 신규철
  • 대한항공은 인천 — 도쿄 직항 편을 주 28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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