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 October 2025 (Vol. 49 No. 05)

© EDAM Entertainment

아이유라는 팔레트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매일 음악을 이야기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 그가 남긴 음악 메시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거대한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2010년 발표한 ‘잔소리’와 ‘좋은 날’이 흥행에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가능성에 대해 긴가민가했던 사람들은 이제 빠짐없이 백기를 들고 아이유의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에 대해 말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취향의 영역을 뛰어넘어 ‘무조건 챙겨야 하는’ 뮤지션은 드물지만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록 역사에 대해 논한다면 너바나는 필수다. 아이유 또한 그렇다. 2010년대 이후 가요계를 얘기할 때 아이유를 건너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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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온 더 톱

어느덧 아이유는 가요계의 왕이다. 곡과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 최상위에 보란 듯이 군림하는 절대 존엄의 존재다. 결정적인 순간은 여럿이다. 앞서 언급한 ‘잔소리’와 ‘좋은 날’을 시작으로 ‘너랑 나’(2011), ‘분홍신’(2013) 등 아이유를 상징하는 곡은 너무 많다. 심지어 아이유는 이걸 10년이 조금 넘는 세월 안에 다 일궈냈다. 뭐로 봐도 놀라운 성취다. 수많은 절정이 있지만 딱 하나만 꼽자면 정규 4집 음반 〈Palette〉(2017) 라고 생각한다. 과연 제목처럼 아이유의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음반이었다. 팝 멜로디를 기반으로 재즈, 신스팝, R&B, 포크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장르를 자기화하는 재능이 만개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뭐랄까? 아이유는 장르라는 도구를 단지 관습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장르를 가져와서는 그걸 비틀고 구부려서 자기 음악에 딱 맞게 디자인할 줄 안다.

과연, 진정한 놀라움은 우리가 몰랐던 걸 알게 됐을 때 찾아오지 않는다. 잘 안다고 믿었는데 실은 잘 모르고 있었음을 깨달을 때 찾아온다. 어느 작가는 “모든 예술은 완성된 시점부터 동시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것은 훌륭하게 나이를 먹지만 어떤 것은 볼품없게 늙어 간다”라고 적은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유라는 프리즘을 통해 훌륭하게 나이 먹는 노래의 현재를 본다. 아이유가 장르를 다루는 방식이 이렇다.

아이유처럼 노래하려면 현재 자신의 음악적 욕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한다. 더 나아가 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걸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동기화할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아이유는 정확한 뮤지션이다. 이 정확함이 그 누구와도 구별되는 아이유의 세계를 건설한다. 이 능력이 천부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알 수없다. 단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음반이 거듭될수록 능력에 깊이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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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가사

나는 아이유를 두 번 직접 만났다. 그때마다 자신의 언어를 정제되게, 동시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의 가사도 마찬가지다. 사랑 아니면 이별에 대한 가사에 “내 얘기 같다”라는 감상평이 줄을 잇는다.

작사가 혹은 노랫말을 직접 쓰는 뮤지션이하고싶은 얘기는 평생에 걸쳐 다섯 가지 정도를 넘지 않는다(이건 내가 아니라 소설가 보르헤스의 명언을 살짝만 바꾼 거다). 그리고 다음이 중요하다. 바로 이걸 반복하는 사이에 형태와 질이 점점 변한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라도 작품이 거듭될수록 넓어지고, 또한 깊어지게 된다. 나는 지금 아이유를 보르헤스에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 중 전에 없던 깊이를 가사에서 느낄 수 있는 음반이 〈Palette〉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편지’의 가사는 음악을 빼고 읽어도 예술적이지 않은가.

어느덧 아이유가 데뷔한 지 17년이 다 돼간다. 나는 아이유가 50세가 돼도 여전히 음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월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변할 그녀의 음악 팔레트를 그려본다. 흔히 말하는 표현으로 진정한 거장의 품격이 그 음악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배순탁이 추천하는 아이유의 곡들

밤편지(2017)

솔직히 게임 끝났다고 생각했다.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든 가수에게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 같은 게 존재한다. 아이유에게 첫 번째가 ‘잔소리’나 ‘좋은 날’이었다면 두 번째는 바로 이 곡 ‘밤편지’였다.

너의 의미(Feat. 김창완)(2014)

아이유의 세 번째 터닝 포인트를 꼽는다면 이 곡이다. 내가 언제나 강조하는 게 있다. 과거가 현재를 구성하지만, 현재가 과거를 재구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젊은 관객과 유리된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과거의 유산을 꽉 붙들고, 재창조해야 한다. 산울림의 오리지널을 다시 부른 이 곡과 〈꽃갈피〉가 소중한 시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라일락(2021)

자신의 20대를 향한 작별 인사 같은 곡이다. 단 분위기는 우울하거나 비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래서일까? 펑키한 리듬과 화사한 멜로디가 마치 자신의 20대를 향해 바치는 환희에 찬 헌사처럼 들린다. 노래 가사와 사운드가 요철처럼 딱딱 들어맞는 이 곡을 좋아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후렴구에서 터져 나오는 관악기 소리는 가히 편곡의 승리다.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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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IZE, ODYSSEY The First Album

K-팝의 새로운 세대교체를 이끄는 보이 그룹 라이즈. 2023년 데뷔 이후 퍼포먼스와 감정 서사를 결합한 독자적 장르(이모셔널 팝)를 중심으로 팀 컬러를 구축 중인 이들이 이제는 첫 정규앨범 〈오디세이-더 퍼스트 앨범〉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의한다. 이들의 성장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한 장의 앨범으로 충분하다.

Miley Cyrus, Something Beautiful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 마일리 사이러스가 또 하나의 자화상 과도 같은 앨범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자기 회복과 용서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담은 이 앨범, 〈섬싱 뷰티풀〉은 빈티지록, 신스, 판타지 사운드 등을 오가며 어느 하나의 장르나 모습으로 정의되지 않는 마일리의 다양한 얼굴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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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son Boone, American Heart

벤슨 분의 데뷔앨범 〈파이어 워크스 앤드 롤러블레이드〉가 청춘의 출발선이라면 〈아메리칸 하트〉는 그 감성의 연장선이자 확장판이다. 강렬한 고백부터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트랙마다 다른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며 다양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Sabrina Carpenter, Manchild

팝의 아이콘 사브리나 카펜터가 신곡 ‘맨차일드’를 통해 다시 한번 그녀만의 미학을 선보인다. 발랄한 컨트리팝 장르에 자신의 이야기를 노련하게 담아냈다. ‘아이 같은 어른’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재치 있고 날카로운 가사를 돋보이게 하는 영리한 멜로디로 사랑과 성장, 주체성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한다.

© Universal Music Group

Sumi Jo, La Prima Donna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오페라와 크로스오버 사이에서 절정의 보컬 퍼포먼스를 펼친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폭발적인 고음의 대비가 돋보이는 이 앨범은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대중의 감성까지도 사로잡는다. 디바를 넘어 ‘프리마돈나’가 된 조수미의 무대를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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