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 October 2026 (Vol. 50 No. 05)

시간이 설계한 성당, 사그라다파밀리아

1882년 첫 삽을 뜬 뒤 140여 년 동안 지어온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은 시간 그 자체를 재료로 삼은 건축이다.

가우디의 건축을 자연을 닮은 형태로만 읽는 것은 절반의 이해에 그친다. 그가 탐구한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한 균형의 원리였다. © sagradafamilia.org

빛은 시간에 따라 공간의 표정을 바꾼다.© sagradafamilia.org

‘자연’이라는 가장 완전한 설계

1882년 건축을 시작한 성당이 1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사 중이라는 사실은 건축사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이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은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건축의 일부가 됐다. 이 성당을 이해하는 열쇠가 ‘미완’이 아니라 ‘시간’인 이유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자연’이다. 이때 그가 탐구한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자연이 구조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그 시선은 사그라다파밀리아 안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부의 기둥은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를 치듯 갈라지고, 천장은 숲의 캐노피처럼 펼쳐진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돌로 만든 숲’이라 부른다. 기둥이 나무처럼 분기하면서 하중을 분산하고, 각각의 구조가 서로 연결돼 하나의 질서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자연의 모습을 건축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공간으로 번역했다.

빛 역시 이 성당의 재료다. 동쪽 파사드의 푸른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아침 빛이 기둥 사이로 번지고, 해가 기울면 서쪽의 붉은빛이 같은 자리를 다른 색으로 물들인다. 건축이 형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까지 설계의 일부라는 것을 가우디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의 건축에서 모두의 건축으로

1926년 가우디는 성당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으로 공사는 중단됐고, 그의 작업실에 남아 있던 도면과 석고 모형 상당수도 이때 소실됐다. 설계자의 부재와 설계 자료의 소실은 건축을 이어가는 데 치명적인 변수다. 건축은 설계 의도를 실제 구조와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판단이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사그라다파밀리아가 영원한 미완으로 남으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성당은 예상과 다른 길을 걸었다. 후대의 건축가들은 가우디가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읽어내려 했다. 그의 설계는 완성된 답안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에 가까웠다. 자연의 원리를 구조로 옮기려 했던 태도, 장식과 구조를 분리하지 않았던 철학이 이후 공사의 기준이 됐다. 오늘날 공사 현장에는 디지털 모델링과 3D 프린팅이 동원되지만, 그것은 가우디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의 사유를 이어 쓰기 위한 새로운 언어로 기능한다.

그래서 사그라다파밀리아는 건축계에 독특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 성당은 누구의 작품인가. 성당의 건축적 방향을 결정한 것은 분명 가우디였지만, 오늘의 모습은 수많은 건축가와 장인, 기술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건축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과 달리 여기에는 한 사람의 창조성과 여러 세대의 해석이 공존한다. 어쩌면 이 성당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140여 년의 시간을 함께 건너온 사람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건축을 기억하는 도시, 도시를 닮은 건축

사그라다파밀리아가 특별한 것은 오랜 공사 기간이 오히려 성당을 바르셀로나와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성당이 자리한 에이샴플라는 규칙적인 격자형 도시계획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듯한 거리와 일정한 블록이 만들어내는 격자형 도시의 질서 속에서,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뤄진 성당은 유난히 이질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대비가 바르셀로나만의 풍경을 완성한다. 질서와 자유, 이성과 상상력이 한 자리 안에 놓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이 성당을 ‘완성된 건축’이 아니라 ‘자라나는 건축’으로 기억한다. 크레인은 오랫동안 도시의 일상이었고, 조금씩 높아지는 첨탑은 계절처럼 반복되는 풍경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공사 중인 성당을 올려다봤던 이가 이제 자신의 아이와 같은 자리를 걷는다. 오늘날 사그라다파밀리아는 마지막 관문에 다가서고 있다. 영광의 파사드와 그 앞 대계단 공사에 대해서는 건너편 블록의 철거를 전제로 재단과 시의회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완공을 선언한 자리에서 다시 다음 세대의 몫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 성당의 가치는 완성이라는 결과에 있지 않다. 한 사람의 비전이 여러 세대의 손을 거치며 이어졌고, 그 긴 시간이 건축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 있다. 첨탑 아래 서서 140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오갔을 손들을 헤아려보면, 대부분의 건축이 시간을 견뎌온 반면 이 성당은 시간을 품어왔다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시간은 돌보다 오래 남아, 오늘도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조금씩 완성해 가고 있다.

  • 글. 김선동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기록하는 ‘글 쓰는 건축가’로〈건축가의 습관〉,〈내 집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등을 썼다.

Places to Explore Around the Sagrada Família

산트 파우 레신테 모더니스타

사그라다파밀리아에서 가까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모더니즘 건축과 정원이 어우러진 옛 병원으로, 2009년 복원 후 문화유산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 santpaubarcelona.org

카사 바트요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가우디의 대표 건축물. 바다를 닮은 외벽과 유려한 곡선이 어우러진 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 academymuseum.org

카사 밀라

직선 대신 곡선을 택한 외관과 조각작품 같은 옥상이 인상적인 건축물. 울퉁불퉁한 외관 때문에 채석장을 뜻하는 ‘라 페드레라’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가우디 건축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 la-pedrera.barcelona

그라시아 거리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를 비롯한 모더니즘 건축이 늘어선 바르셀로나의 대표 거리. 명품 브랜드와 카페, 역사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도시의 세련된 풍경을 완성한다.

  • barcelonapaseodegracia.com

콘셉시오 시장

1888년에 문을 연 전통시장. 신선한 식재료 상점과 꽃가게, 작은 바가 어우러져 관광지와는 또 다른 바르셀로나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 laconcepcio.cat
  • 대한항공은 인천 — 마드리드 직항 편을 주 4회 운항하며, 바르셀로나까지는 경유 편으로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Share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