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 October 2026 (Vol. 50 No. 05)

오클랜드, 불과 물이 빚어낸 도시

오클랜드는 여느 도시들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스카이라인도, 감동적인 볼거리도, 모든 것이 한곳에 모이는 관광지구도 없다. 대신 이 도시는 천천히, 은근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용도를 바꾼 부두 창고에서, 유서 깊은 건물 뒤편 골목길에서, 화산 능선의 초원에 갑자기 펼쳐지는 항구에서. 이 모든 것이 독특한 모습의 화산 지형 속에 어우러져 있다.


© maunga.nz

마웅가하우

풍경에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도시

오클랜드는 화산 위에 세워진 도시다. 지협 곳곳에 흩어진 화산들은 대부분 잔디로 뒤덮인 원뿔형 봉우리로, 교외 주택가 사이에 이질적으로 솟아 있다. 영어로 마운트 이든이라 불리는 마웅가하우(마오리어)는 본토의 화산 가운데 가장 높으면서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주변 어느 거리에서든 잠깐만 걸어 올라가면 항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분화구 능선에 닿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이 도시의 지리적 특징이 선명하게 읽힌다. 두 개의 항구와 두 개의 해안선, 멀리까지 이어지는 화산 봉우리들, 도시 규모에 비해 넓게 펼쳐진 시가지와 그 한가운데 고층 건물이 모여 있는 중심업무지구까지.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으로 이 도시가 어떤 지형 위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도,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정상에 머물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에도 좋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친구가 찾아오면 곧장 이곳으로 데려와 오클랜드라는 도시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곤 한다.


원야드 쿼터

새로 태어난 해안가

20년 전 이곳은 실제로 가동되던 연료 저장 기지였다. 연료 저장고와 컨테이너 야적장이 늘어선 채 울타리로 막혀 있어, 오클랜드 사람들이 거의 눈길을 주지 않던 곳이다. 지금 이곳은 윈야드 쿼터로 탈바꿈했는데, 오클랜드가 산업 항만 지역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옛 연료 저장고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벤트 공간과 야외 영화관, 암벽 등반장으로 용도가 바뀌었고 그 주변 부두에는 카페와 양조장, 레스토랑, 수산시장이 즐비하다. 여름이면 사일로 공원에서 야외 영화 상영과 라이브 음악 공연이 열리는데, 바다 건너편으로는 여전히 항만의 모습을 간직한 컨테이너 크레인이 보인다. 최근의 재개발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여전히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일러주는 풍경이다.


도미니언 로드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음식 거리

오클랜드 사람들이 외식할 곳을 고를 때 가장 자주 떠올리는 거리는 도미니언 로드다. 도심에서 남쪽으로 마웅가하우(마운트 이든)를 지나 밸모럴까지 이어지는 긴 거리로, 약 20년에 걸친 이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쓰촨과 광둥, 말레이시아, 한국, 베트남, 일본, 에티오피아, 인도의 주방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는데, 뉴질랜드 어느 거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수적으로 많고 다양하다. 이 거리를 특정 요리나 가격으로 묶을 수는 없다. 국숫집에서 몇 집 건너에 있는 라 부아 프랑세즈는 이 도시 최고의 프랑스식 빵을 내놓고, 창업자의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카사도르는 야생 사냥 고기 요리와 엄선한 와인 리스트, 훌륭한 초콜릿 무스로 명성을 얻었다. 여기에 길거리 음식과 커피 카트 등 도보 30분 안에 빼곡히 들어찬 선택지까지 더하면 도미니언 로드는 단순한 음식 거리 그 이상이 된다.


와이헤케섬

항구를 건너는 여행

도심 터미널에서 페리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와이헤케섬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마치 도시를 벗어난 듯 자연과 맞닿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섬의 완만한 구릉지 대부분은 포도밭으로 이뤄져 있고, 섬에 딸린 만들은 오클랜드 근교에서 가장 잔잔한 물놀이 장소를 내어준다. 이곳에서는 와이너리 한 곳을 골라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해변에서 오후를 보낸 뒤, 어떤 페리를 타고 돌아갈지만 고민하면 된다. 페리를 타고 컨테이너 터미널과 하버 브리지를 지나는 항해는, 그 자체로 오클랜드가 넓은 만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브리토마트

오래된 건물, 새로운 공간

브리토마토는 오클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장소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만나, 가장 흥미로운 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도심 끝자락에 자리한 이 구역은 해운 창고들을 복원한 곳으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반쯤 버려진 철도차량 기지였다. 지금은 유서 깊은 벽돌 건물마다 국내외 패션 부티크, 와인 바 그리고 손꼽히는 작은 레스토랑들이 자리한 채 골목을 따라 들어서 있다. 이 구역 지하에는 오클랜드의 최신 교통 인프라이자 곧 개통할 지하철도의 허브인 기차역이 있는데, 덕분에 지상은 여전히 걷기 좋은 공용 공간으로 남게 됐다.


  • 글. 헨리 올리버
  • 헨리 올리버는 오클랜드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에디터다. 매거진 〈메트로〉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더 스핀오프〉의 뉴스레터 ‘더 불러틴’을 만들며 자신이 사는 도시의 장소와 생각들에 관해 쓴다.
  • 대한항공은 인천 — 오클랜드 직항 편을 주 5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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