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 세 가지 흰빛의 땅
일본 서해안에 위치한 니가타현에는 이 땅을 오랫동안 빚어온 세 가지 빛깔이 있다. 바로 쌀, 술, 눈으로, 니가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꼽는 자랑이자 비옥한 자연이 오랜 세월 키워온 보물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웅장한 자연과 깊은 식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세 갈래의 흰빛이 틔운 하늘과 땅의 풍요만으로도 니가타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기요쓰협곡
첫 번째 흰빛, 눈이 빚은 풍경
겨울의 니가타는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어버리는 설경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도카마치시에 자리한 기요쓰 협곡은 니가타의 흰빛을 더욱 매혹적으로 드러낸다. 2018년 에치고쓰마리 지역의 대지 예술제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서 협곡 터널을 설치미술작품으로 리뉴얼한 〈터널 오브 라이트〉는 협곡이 수면에 반사되는 환상적인 풍경으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사계절 내내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눈으로 뒤덮인 협곡의 겨울 풍경은 니가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피아 반다이 시장
두 번째 흰빛, 쌀이 모이는 곳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쌀 산지다. 그중에서도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는 1989년부터 35년 이상 일본 곡물검정협회의 품질검정에서 최상위 등급인 ‘특A’를 유지해 온 유일한 품종이다(2018년과 2023년은 A등급). 비옥한 대지에서 눈이 녹은 물로 재배한 쌀은 은은한 단맛과 차진 식감이 특징. 니가타항 인근에 자리한 식료품 시장 피아 반다이는 이 풍요로운 쌀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시장 내 산지 직판장 ‘오토미상’에서는 갓 지은 밥으로 빚은 주먹밥을 맛볼 수 있으며, 1회 600엔으로 다양한 쌀 품종을 얻을 수 있는 가챠 이벤트 등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운영으로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본 서해안의 거센 물살에 단련된 해산물과 니가타산 쌀로 빚은 초밥을 선보이는 회전 초밥집 ‘사도 벤케이’도 방문이 끊이지 않는 맛집이다.
이마요쓰카사 주조
세 번째 흰빛, 좋은 쌀로 빚은 술
좋은 쌀이 있는 곳에 좋은 술이 있다. 니가타현의 양조장 수는 91곳(2026년 3월 기준)으로,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1767년 창업해 250년 넘게 전통이 이어져온 이마요쓰카사 주조는 니가타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도심 속 양조장이다. 단순히 술을 빚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조장 견학 투어를 운영하며 평소 접하기 힘든 양조 과정과 니가타 지역의 역사를 함께 알리고 있다. 실제 설비와 과거에 사용됐던 도구를 활용해 술 제조 과정을 배울 수 있고, 양조장 주인의 해설을 들으며 다양한 시음도 즐길 수 있다. 니가타에는 양조장 수만큼이나 시음 가능한 곳이 많은데, 최고의 접근성과 가성비를 갖춘 곳을 꼽으라면 단연 폰슈칸 니가타역점이다. 500엔만 내면 니가타 각지의 일본주를 비교 시음할 수 있어,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들르기 좋다.
호시토게 다랑이논
물빛 출렁이는 논의 장관
니가타의 흰빛은 설경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도카마치시의 마쓰노야마·마쓰시로 지역에 자리한 호시토게 다랑이논은 ‘일본의 마을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논에 물이 가득 찰 무렵이면 수면이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는 ‘물 거울’ 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새벽 산 아래로 구름바다가 깔리면 논과 안개가 어우러져 별세계가 열리는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해마다 이 순간을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니가타의 쌀농사가 단순한 식문화를 넘어 땅과 하늘을 잇는 풍경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사도가섬
황금과 삼각집의 섬
니가타현 북서쪽, 해안에서 페리로 1시간 남짓 거리에 고요히 떠 있는 사도가섬(약칭 ‘사도섬’)은 섬 안에 있는 사도광산이 202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주목받았다. 17세기 에도막부의 재정을 떠받치던 사도금광(사도광산)에서는 관광 터널을 따라 400여 년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오기 해안에서는 나무통 모양의 일명 ‘다라이부네(대야 배)’를 타고 바다를 유영하는 전통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서 멀지 않은 슈쿠네기 마을(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에서는 한때 번성했던 항구 도시의 목조 가옥과 독특한 삼각집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이 섬에서 사케를 맛보고 싶다면 호쿠세쓰 주조 방문을 추천한다. 술이 부드럽게 익도록 음악을 틀어놓는 숙성실을 견학하고 사케를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은, 바다를 건너온 니가타 쌀의 흰빛이 어느 곳에서나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 글. 오카모토 유이
- 오카모토 유이는 일본의 피처 에디터다. 지역의 자연과 음식, 사람들의 일상에 깃든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한 책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 대한항공은 인천 — 니가타 직항 편을 주 7회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