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 망원경의 음악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음악을 이야기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 그가 남긴 음악 메시지
브루노 마스는 스타가 아니다. 슈퍼스타다. 기록이 증명한다. 일단 히트곡 기준으로 봐도 빌보드 싱글차트 10위권 안에 든 것만 열아홉 곡이다. 그리고 이 중 총 아홉 곡이 1위에 올랐다. 뭐로 봐도 엄청난 수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슈퍼스타는 히트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일궈내야 한다. 그래미는 그 척도가 돼줄 수 있다. 그가 집으로 가져간 그래미 트로피만 총 16개다. 한 개만 받아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상을 10년 조금 넘는 커리어를 통해 16개나 받은 것이다.
슈퍼스타가 되다
물론 시작부터 슈퍼스타였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 가난해서 아버지와 함께 노숙까지 해야 했다. 그래도 재능만큼은 확실했다. 그는 태어난 곳인 하와이에서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 형제자매와 함께 마치 잭슨 파이브처럼 가족 밴드로 활동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브루노 마스는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곧잘 낼 만큼 노래를 끝내주게 잘 부르는 아이였다.
이후 이어진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 속에서도 그는 음악의 꿈을 접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LA로 건너가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사방에 뿌렸지만 감감무소식. 그러자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 방향을 튼 그는 그 때부터 좋은 곡을 써내는 데 집중했다. 플로 라이다의 ‘Right Round’(2009), 케이난의 ‘Wavin’ Flag’(2009), 시로 그린의 ‘Forget You’(2010) 등이 모조리 히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중 작곡은 물론 피처링 보컬로도 참여한 바비 레이(B.o.B)의 ‘Nothin’ On You’(2009)는 솔로 데뷔를 위한 결정적 발판이 돼줬다.
마침내 2010년 솔로 1집 〈Doo-Wops & Hooligans〉를 발표한 이후 브루노 마스의 역사는 단 한순간의 예외도 없이 휘황찬란했다. 저 유명한 ‘Just The Way You Are’(2010)를 시작으로 ‘When I Was Your Man’(2012), ‘That’s What I Like’(2016), 실크 소닉(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으로 구성된 슈퍼 듀오)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발표한 ‘Leave The Door Open’(2021),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함께 발표한 ‘Uptown Funk’(2014) 등, 가히 우리 시대 최고의 히트곡 제조기라고 부를 만한 행보를 보였다.
포괄의 감각
무엇보다 브루노 마스의 음악이 탁월한 건 그의 장르 조정 능력에 있다. 그가 다루는 장르는 다채롭다. R&B, 솔 등의 흑인 음악 기반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좀 더 펑크나 디스코처럼 다듬어낼 때 그의 감각은 빛을 발한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하긴 그렇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Just The Way You Are’가 들려주는 멜로디와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Marry You’의 애절한 외침을 외면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이 망원경의 음악은 심지어 K-팝도 품에 안았다. 그렇다. 로제와 함께 발표해서 빌보드차트를 뒤흔든 ‘APT.’다. 러닝타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전형적인 2020년대 히트곡이다. 솔직히 음악적으로 크게 분석할 구석은 거의 없다. 반복적인 드럼 비트와 약간의 효과음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대략 30초 무렵부터 시작되는 후렴구 진행에 주목해야 한다. 이 후렴구가 이 곡의 보편적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듣는 이를 강하게 붙들기 때문이다. 아주 잘 써진 멜로디다. ‘아파트’를 반복하는 리듬감 넘치는 구호가 핵심으로 거론되지만, 기실 이 곡의 생명선은 후렴구에 있다.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닉이 양념처럼 가미된 ‘팝펑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극히 심플한 구조(펑크), 팝적인 선율 그리고 여러 이펙트(일렉트로닉) 등등.
익살스러운 뮤직비디오는 공개되자마자 인기에 불을 붙였고, 곧 세계적인 현상으로 급부상했다. 거대한 히트는 종종 오해를 부른다. 역사를 살펴봐도 과한 친숙함과 대중성에는 개성 부족이라는 평가가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었다. 브루노 마스에 한정하면, 이것은 게으른 비평이다. 〈뉴욕 타임스〉가 그를 가리켜 “다양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가수 중 한 명”이라고 평한 것처럼 그는 다채로운 장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이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마감할 줄 안다. 그러니까, 그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하는 ‘수직적 예리함’이 아닌 ‘수평적 포괄’을 음악적 지향으로 삼는 뮤지션이다. 그래서 팬들은 그의 음악을 통해 소리의 심연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드넓은 장르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요컨대 이것은 내시경이 아닌 망원경의 음악이다. 과연, 전망 끝내준다.
배순탁이 추천하는 브루노 마스의 곡들
Marry You (2010)
록, R&B, 솔 그리고 두웝을 모두 아우르는
곡이다. 빌보드와의 온도 차가 가장 큰 노래이기도 하다. 빌보드에서 이 노래는 1집의 다른 수록곡, 예를 들면 ‘Just The Way You Are’나 ‘Grenade’처럼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1위를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85위에 그쳤다. 반면 한국에서는 브루노 마스를 상징하는 노래 중 하나다.
미국 쪽에서는 뮤지컬드라마 〈글리〉에 삽입되면서 글리 버전이 3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결혼식 축가로 많이 사용되는데, 비추다. 낭만적인 결혼을 뜻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루노 마스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히 술에 취해 홧김에 청혼해 버리는 한 남자”를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가사 중 “Dancing Juice”라는 표현은 ‘멋진 밤을 보내다’라는 뜻의 속어다.
APT. (With Rosé) (2024)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곡은 펑크적인 구조에 기반한 노래다. 그렇다면 펑크란 무엇인가. 펑크는 1970년대 중반 만들어진 장르로 ‘뭐가 있다’기보다는 ‘뭐가 없는’ 음악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펑크는 연주의 뼈만 덜렁 남아 있는 음악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왕의 ‘거대화되고 상업화된 록’에 대한 반동이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펑크는 “코드 세 개만 알아도 음악할 수 있다”가 모토로, 이른바 악기 거장들이 장악하던 메인스트림 록을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펑크는 시대적 반란을 꿈꾸는 운동이 아닌 장르적 차용을 위한 도구로 변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어차피 모든 혁명에는 끝이 있고, 종국에는 일상의 영역에 스며드는 법이니까. 이 노래는 펑크적 구성을 통해 중독성을 취하면서 동시에 팝 선율을 더해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대표적인 사례로 앞으로도 거론될 것이다.
PREVIEW
TOMORROW X TOGETHER, The Star Chapter: TOGETHER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정규앨범 4집을 통해 팀 이름에 담겨 있는 ‘우리’의 지도처럼 밤하늘의 별자리를 펼쳐 보인다. 신스와 기타 리프가 청량한 후렴을 끌어오며 성장의 설렘과 불안, 서로와의 연대를 가사에 담았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건너가는 TXT의 현재 좌표를 선명하게 찍는 앨범.
10CM, 5.0
담백한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가 가벼운 유머와 씁쓸한 체념 사이를 오가는 십센치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미니멀한 어쿠스틱 편성과 함께 조금 더 솔직해진 가사와 멜로디로 지금의 십센치를 그대로 담아냈다. 새벽 감성의 발라드와 산책 같은 템포의 트랙이 균형을 이룬다. 오래 듣는 음악의 맛을 아는 싱어송라이터의 구력을 확인할 수 있다.
Tyler, The Creator, DON’T TAP THE GLASS
앨범마다 장르의 경계를 완전히 자기 언어로 재배치하는 아티스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신보. 하나의 곡에서도 막과 장이 바뀌듯 유머와 허세, 자기 성찰이 번갈아 통통 튀어나온다. 다양한 사운드와 샘플링이 이에 재미를 더한다.
Maroon 5, Love Is Like
매끈한 팝록과 R&B의 결이 만나면 우리가 아는 마룬 파이브 특유의 분위기가 완성된다. 이들의 신보는 앨범명처럼 사랑의 모순을 직설과 비유로 풀어낸 가사가 귓가에 오래 남는다. 간결한 기타 리프와 네온처럼 빛나는 신스가 만들어낸 리듬은 가볍지만, 보컬의 애드리브와 코러스가 감정의 층을 더하는 앨범.
임윤찬, Tchaikovsky: The Seasons
열두 달을 그린 12곡, 차이콥스키의 〈사계〉 연작. 임윤찬은 이 익숙한 곡들을 과장된 낭만보다 숨 고르기와 여백으로 읽어낸다. 그는 이 음악을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잠시 현재를 불러냈지만, 흔적 지고 또다시 사라지는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 탑승하시는 항공편에 따라 제공되는 콘텐츠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